[고삐풀린 환율] (4) 자동차·철강 등 민감업종 엔화 약세 겹쳐 이중고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상장사 이익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강세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엔화는 빠른 속도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어 자동차 등 일본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업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들의 주가도 부진해 주식시장에서 환율 민감도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원 오른 1056.1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과 일본 대규모 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5.7원 급락한 후 소폭 반등한 것으로, 추세는 여전히 하락 쪽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공격적인 통화 공급 확대로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환율이 이처럼 빠르게 하락하면서 주요 수출 기업의 이익 전망치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이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평균 1030원으로 떨어지는 경우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애초 7조3480억원에서 6조9020원으로 4500억원이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무려 1조628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증권사가 잡은 올 상반기 환율 전망치는 1080원이었다. 현대차 영업이익도 같은 조건에서 연간 48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많아 환율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엔화 가치 절하가 급속도록 진행되는 것도 부담이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0.31엔 올라 89.54엔을 나타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자동차 등 일본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엔화약세로 인한 이익 민감도가 큰 업종은 항공, 철강,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IT부품 등의 순으로 분석됐다. 엔/달러 환율이 90엔에서 110엔으로 급등(엔화 가치 급락)할 경우 철강 업종의 영업이익은 4.4% 줄어들고, 자동차와 휴대폰은 각각 4.2%, 2.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이날 장중 52주 최저치를 기록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일본의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감안할 때 원화의 상대적 강세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 연말 엔/달러 전망치를 90엔에서 95엔으로 높였다.
독자들의 PICK!
물론 환율 하락이 개별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더라도 경제가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10년 6월부터 2011년 7월까지 미국의 QE2(양적완화) 가능성으로 환율이 1200원대에서 1050원까지 떨어질 당시 수출은 평균(전년비) 23.9% 늘어났다. 다음해 같은 기간(2011년7월~2012년6월) 수출이 8.2% 늘어난 것에 비해 높은 증가세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업 채산성 지수가 환율보다 경기에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