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3.0시대] <1부> 3- 연기금·퇴직연금 등 기관자금 유치해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는 2002년 출범 이후 50배 이상 규모를 키우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올해 이미 18조원대에 달한 시장규모는 오는 2015년이면 3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안정적으로 성장가도에 올라선 ETF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관 자금의 유입이 필요하다. 지난해 열린 '글로벌 ETF 콘퍼런스'에서도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한 목소리로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연금(기금규모 410조원), 퇴직연금(70조원) 등 '큰 손'들이 나서면 ETF 시장에 안정적인 자금 공급이 이뤄져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빠르면 오는 10월 퇴직연금 제도개선 방안 발표 등을 통해 ETF시장에 자금의 물꼬를 터줄 계획이다.

◇국민연금, ETF 투자 꺼리는 이유는?=26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으로 국내 ETF 일평균 거래대금에서 기관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7%였다. 개인(41.9%)과 외국인(28.2%)에 한참 미치치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초 기준으로 ETF 거래의 53%를 기관이 차지하는 미국과 비교된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기관 중에서도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0.2%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국내 주요 연기금 가운데 ETF에 투자하는 곳은 공무원연금이 유일하다. 그나마도 모두 해외 ETF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리더격인 국민연금은 ETF 투자와 관련해 검토한다는 입장만 거듭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ETF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이중 수수료 부담 때문이다. 기금운용본부 자체적으로도 인덱스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별도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ETF가 매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내부 운용인력에 대한 인건비와 위탁사에 대한 위탁수수료를 모두 지급하고 있는데 ETF를 통해 보수를 또 지급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감사원 역시 수수료 문제 때문에 ETF에 투자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보고 있어 국민연금도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ETF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수추종형 외에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TF만의 특징을 살린 차익거래, 헤지펀드 전략 등을 활용한 상품을 내놓으면 수수료를 감수하면서도 투자할 수 있는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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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충분한 인력이 갖춰진 국민연금은 어렵다고 해도 자체 인덱스 운용이 힘든 중소형 연기금의 자금은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며 "ETF의 경우 절세 효과도 있기 때문에 중소 연기금 입장에서는 인덱스펀드 위탁운용보다 더 저렴하다는 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ETF 투자 가능해졌지만..=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퇴직연금 감독규정을 개정해 퇴직연금 자산의 40% 이내에서 ETF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허용했다. 혼합형펀드에 대한 투자만 허용했던 기존 규정을 개선한 것이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ETF 투자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금융회사 대부분이 아직까지 관련 전산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독규정도 모호해 지수추종형, 섹터투자형 등 다양한 ETF 중에서 어디까지 투자가 가능한지도 교통정리가 안 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투자자 입장에서는 ETF에 투자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증권사·은행 등 판매사들의 경우 판매수수료 매력이 떨어지는 ETF를 투자자에게 권해봤자 별 이득이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제도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ETF뿐만 아니라 여타 다양한 금융상품들에 대한 투자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활용해 자본시장 전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방안을 오는 10월말~11월초까지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며 "아직 큰 그림을 그리는 단계라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퇴직연금이 ETF 등에 사실상 투자하지 않고 있는 실태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