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동양, 시멘트나 발전소 포기해야 산다

벼랑 끝 동양, 시멘트나 발전소 포기해야 산다

박준식 기자
2013.09.24 16:59

4조대 부채 연말까지 8000억 급한불…"그룹의 모태나 미래, 둘 중 하나 팔아야"

재정난으로 그룹 전체가 좌초할 위기에 놓인동양(966원 ▼19 -1.93%)그룹은 자구 회생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돈 버는 계열사가 드문 상황에서 부채가 조 단위로 쌓여 일단은 계열사 매각을 통해 급한 불을 끄려는 모습이다.

24일 동양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동양그룹이 가진 부채 규모는 총 4조원 안팎이다. 이중 가장 큰 문제는 자본시장을 통해 소매망으로 개인들에게 판매한 1조3000억원 규모의 CP(기업어음)이다. 금융당국은 동양이 계열사 동양증권을 통해 과도한 부채를 개인들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했고 이 과정에서 위기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신용평가사 등에 따르면 동양이 리파이낸싱(차환)을 제외하고 올해 말까지 막아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8000억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위기가 드러나면서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에 CP나 CD(양도성예금증서) 등을 통해 조달한 일부 자금을 상환하면서 단기 채무를 장기로 돌려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은 계열사 매각을 통해 1조원 이상을 조달해 급한 불을 끄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분구조상 이 그룹은 ㈜동양이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건설업과 시멘트제조업, 레미콘제조업, 레저산업, 서비스업, 금융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동양의 계열사는 국내외 56개사로 업종별로 크게 동양시멘트 중심의 비금융계열사와 동양증권 중심의 금융계열사로 나뉜다.

㈜동양이 비금융회사들의 주요 지배주주로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동양인터내셔널 등을 보유하고 있고 동양인터내셔널을 통해 동양증권을 지배하는 구조다.

동양은 올해 초부터 ㈜동양의 가전사업부인 동양매직(브랜드명)과 섬유사업부, 동양파일, 레미콘 공장 등을 팔아 자구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동양매직은 2500억원의 가매각 금액 가운데 실제 현금유입액이 1000억원에 불과하고 섬유사업부와 동양파일은 매각이 실패하면서 구조조정은 미진한 상태다.

동양이 애초에 내건 자구책이 모두 성공한다 해도 실제 현금유입액은 3000억원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양파일은 한국교직원공제회 등의 투자를 받아 그룹 내에 다시 보유하는 형태로 딜을 마련했는데 당시 1000억원 이상을 기대했지만 실제 유입액은 500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옛 한일합섬이 전신인 섬유사업부 매각도 갑을그룹이 거래를 포기하면서 좌초한 상태인데 실제 가치는 1500억원 정도인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부지당 수십억 원에 불과한 남은 레미콘 공장(20개 가량)들을 모두 판다고 해도 그 규모는 수백억원에 머문다.

지지부진한 노력으로 벼랑 끝에 몰린 동양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2가지로 예상된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남겨놓은 동양파워 중심의 발전사업 전체를 매각하거나 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를 내놓는 방안이다.

동양은 이미 동양파워 지분 매각을 통한 자구노력을 진행해왔지만 내부에서 매각 규모를 놓고 다양한 논란이 일어나면서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위기를 직감한 개혁파들은 지분 100% 매각과 사업포기를 통해 구조조정 속도를 내고 시장에 강한 개혁의 시그널을 보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략에 대해 결정권자들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 그나마 관심을 보였던 원매자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동양파워 100% 지분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가치는 냉정하게 5000억~7000억원 사이로 평가된다. 동양은 사업을 포기하는 이상 8000억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버티고 있지만 2019년에나 상업발전이 가능하고 그 사이에 조 단위 투자금이 필요한 이 회사에 원매자들이 내리는 가치평가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현재 수준에서 동양파워가 가진 것은 화력발전 사업을 할 수 있는 라이선스와 247억원(그룹 내 매매가) 규모의 해당 부지 정도다.

동양파워 매각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딜 자체를 동양그룹이 맡는 것보다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 주도로 진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동양은 지난 반년간 거래를 추진해왔지만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와 매각 규모 및 방식, 원매자에 대한 신뢰 상실 등으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동양이 일단 동양파워 지분을 채권단에 저가에 출연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이 거래를 진행한 후에 남은 차익을 일정 비율로 공유하는 형식이 구조조정 속도를 낼 효과적 방안으로 제시된다.

실제로 동양파워 매각의 경우 원매자들 사이에선 자산 자체가 삼척이라는 외지에 위치하고 석탄을 주원료로 쓸 예정이라 사업이 시작돼도 이익률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동양파워 매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동양이 낼 수 있는 다른 카드로는 동양시멘트 매각이 거론된다. 동양시멘트는 이 그룹의 모태이지만 대표적인 적자계열사로 꼽힌다. 동양시멘트는 지난해 30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자비용 등이 상당해 668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올 반기 말 기준으로 부채가 1조680억원에 달해 이 회사 자체적으로는 자구가 요원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시멘트 업계 내부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동양시멘트의 현금창출력보다는 매각 가치를 눈여겨보고 있다. 최근 시장에선 덤핑 등의 가격경쟁이 잦아들고 새 정부 들어 대규모 토목공사 발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2~3년 후를 기대하고 투자에 나설 원매자가 존재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최근 한앤컴퍼니 등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시장에 진입했고 업계 내의 합종연횡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어 매각 가치는 충분할 것으로 여겨진다.

동양은 ㈜동양(54.96%)과 동양인터내셔널(19.09%) 동양파이낸셜대부(3.58%) 동양네트웍스(4.2%) 등을 통해 80%가 넘는 동양시멘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7000억~9000억원 사이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조업 이외 금융업 분야에서 동양이 팔 수 있는 계열사 자산은 현재 동양증권 경영권 지분이 거의 유일하다. 동양은 동양인터내셔널(19.01%)과 동양레저(14.76%) 등을 통해 동양증권 지분 35%를 보유 중이다. 상장사인 동양증권의 시가총액은 45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동양증권 경영권 지분 35%를 매각한다고 해봤자 얻을 수 있는 자금은 2000억원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시장에는 동양증권에 앞서 우리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와 있고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산은지주가 KDB대우증권 매각을 고려하고 있어 효율적인 매각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결론적으로 동양이 자구적인 회생을 하기 위해서는 급히 상환해야할 부채의 규모에 알맞은 규모와 속도의 계열사 매각을 단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동양에 대한 시장 불신은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적어도 동양파워 100%나 동양시멘트 경영권 지분을 내놓아야 시장이 이 그룹의 자구노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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