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동양 후폭풍, 자본시장 흔들

'악동' 동양 후폭풍, 자본시장 흔들

최경민 기자
2013.10.11 08:08

회사채 관심 끊고 ELS 등 돌리고, 투자자 떠나

동양그룹 사태가 자본시장 전방위에 걸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왜곡과 증권사 수익모델 악화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던 금융당국에 대한 정책 부담도 가중시키는 양상이다. 동양 사태가 회사의 몰락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의 위축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회사채 수요 '뚝'..기업 자금조달 '빨간불'=10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 미달 비율은 33%로 집계됐다. 수요예측 미달 비율은 지난 6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68%까지 치솟은 후 7월 41%, 8월 22%로 안정추세를 보였지만 동양 사태를 계기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만큼 회사채에 대한 기관의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다.

회사채 시장의 냉각은 이달들어 더 심화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신용등급 A-), 동부제철(BBB) 등의 회사채 수요예측은 모두 미달됐다. 한화갤러리아는 당초 3년 만기로 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기관 수요는 40억원에 그쳤고 동부제철도 2년만기 400억원의 모집금액 중 수요는 199억원이 불과했다. 대부분 BB등급이었던 동양 계열사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위험 기피 심리가 번진 탓이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물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이 부진한 측면이 있는데 시장이 불안해 단기물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장기물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이 부진하다"고 말했다. 또 "동양증권의 고객이탈과 불안감 확대는 비우량등급 회사채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어서 기업입장에서 자금조달 창구 하나를 잃어버린 셈"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동양 사태로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한 자금조달 방식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동양그룹이 2011년에 동양생명을 보고펀드의 PEF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각대금 일부를 재투자, 우선매수권을 확보한데 대해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연기한 것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동부건설이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50.1%를 PEF에 매각하면서 경영권을 유지하고 훗날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옵션을 확보했으나 동양 사태로 예민해진 금융당국이 심사과정에서 문제를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동안 PEF 심사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인지해왔다"며 "동양 사태 직후라 해서 관련 감독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PEF 구조가 법상으로 특별히 문제는 없는데 계열사 부당지원이 아니냐는 업계의 안 좋은 시각도 파악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ELS 등 '썰물'..창조경제도 '찬물'=동양 사태로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증권상품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증권업계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들 상품은 발행사인 증권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무보증사채의 성격을 갖고 있어 중소형 증권사의 피해가 큰 편이다.

최근 ELS를 발행한 중소형사는 청약률이 '제로'라는 굴욕까지 당했다. HMC투자증권은 ELS 1149회와 1150회는 청약한 투자자가 1명도 모이지 않았다. 교보증권 역시 ELS 1636회차와 1637회차 청약률이 0%로 발행이 취소됐다. 동양 사태의 핵심에 있는 동양증권도 최근 ELS와 DLS 등 7개 파생상품을 공모했지만 청약률 미달로 발행에 실패했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서는 자금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17일 43조3048억원에 달했던 CMA 잔고는 지난 7일 41조9296억원으로 1조3752억원이 줄었다. 기관의 경우 CMA 잔고를 1000억원 가까이 늘렸지만 개인 잔고가 1조5000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창조경제'의 자금줄로 금융투자업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동양 사태로 자본시장이 뒤숭숭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규제완화책을 줄줄이 발표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10월말 '금융비전' 발표 등을 통해 불합리한 규제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양 사태로 올 연말 예정된 규제완화 정책들을 확정, 발표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며 "새로 출범한 정부 차원에서 이끌던 규제완화 추세에 동양이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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