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덫에 걸린 롯데정보통신 IPO

‘일감 몰아주기’ 덫에 걸린 롯데정보통신 IPO

유다정 기자
2013.11.14 16:05

80% 웃도는 내부거래 줄이면 매출에 타격…근본적 해결책 찾지 못해

롯데정보통신의 IPO(기업공개)가 박근혜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정책으로 인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정부 방침에 따라 내부거래를 줄이게 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축소되고 상장 적격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매출 지속성을 입증하기가 어려워진다. 반대로 내부거래 비중을 이대로 유지할 경우 정부 정책과 역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8월 KDB대우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 실사를 진행 중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내년 상반기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정보통신은 IT컨설팅, IT아웃소싱, 네트워크 통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다. 롯데슈퍼의 조명기구 제어 솔루션을 운영하고 롯데시네마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등 롯데그룹 거래 비중이 80%를 넘는다. 지난해 매출액 5123억원 중 롯데 계열사들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이 436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이 같은 내부거래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대기업 오너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그룹 계열사의 거래가 집중되는 것은 결국 계열사의 돈이 오너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불공정거래의 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국무회의의 의결을 통과하면 내년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43개 기업집단, 1519개 회사가 대상이다. 이 중 상장사는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오른다. 여기에 해당되는 기업은 오너의 지분을 줄이든지 내부거래를 줄여야 한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15% 정도여서 직접적인 규제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7.5%,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4.0%,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3.5%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집단에 속한 다른 SI업체의 내부거래 비중이 50% 안팎인데 비해 롯데정보통신은 80%를 웃돌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부가 오너의 지분 비율이 아닌 내부거래 비중을 문제 삼는다면 가장 먼저 규제 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이런 시선을 의식해선지 롯데그룹은 지난 7월 SI 부문에서 PC, 사무자동화 기기, 방송, 음향, 통신 설비 구축 등 500억원 규모의 사업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은 ‘일감 나누기’ 정책을 발표했다. 기존 관행대로라면 롯데정보통신이 수주했어야 할 사업이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큰 딸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롯데정보통신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IPO를 앞두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IB(투자은행) 관계자는 “이러한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룹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매출을 지속시켜나갈 수 있는 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롯데정보통신은 IPO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으로 지능형빌딩시스템(IBS)과 스마트그리드 사업 등 신사업에 진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래의 사업 구상만으로는 거래소의 예비심사를 통과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2년간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매출액은 3737억원, 영업이익은 71억원, 당기순이익은 2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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