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상당히 건전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내 증시의 한켠은 도박판이나 진배없는 모습이다. 사법·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등이 합동으로 조사반을 꾸려 강도높은 단속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투기적 움직임은 끊이지 않고 있다.
주가가 치솟은 종목의 인터넷 주주게시판에 들어가보면 근거없는 루머들이 판을 친다.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어도 어떻게든 주가를 끌어올려 보려는 '꾼'들의 루머가 난무한다. 여기에서 파생된 새로운 루머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가는 다시 급등과 급락을 거듭한다.
벽산건설이 대표적이다. 수차례 M&A(인수합병) 이슈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던 벽산건설은 전액 자본잠식이 알려지기 직전일인 이달 4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일 인터넷 주주게시판 등에서는 "강력호재 임박" "벽산건설 상장폐지는 되지 않을 듯" 등의 루머들이 회자되고 있었다. 실제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주식을 자신보다 더 높은 고점에 사주기를 바라는 이들의 농간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벽산건설은 4일 장 마감 직전에 전액 자본잠식 사실을 공시했다. 공시 직후 내려진 주권 매매거래 정지 조치로 인해 상장적격성 심사를 앞두고 그나마 주식 거래마저 불가능해졌다. 1만여명 이상의 소액주주들은 보유하고 있던 벽산건설 주식이 휴짓조각이 되기 직전이다.
비단 벽산건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진 파루 등 조류독감 테마주의 관련 게시판에서도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가득하다. 매분기마다 나오는 정기보고서의 '사업의 개요' 항목만 제대로 읽었어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손실이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결국은 투자자가 문제다. 식음료나 의류 같은 소비재를 살 때는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가 계산기를 두드리며 '똑' 소리나게 소비하지만 유독 주식시장에서는 루머에 휘둘려 수백~수천만원씩을 내지른다. 냉정한 자본시장에서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 투자자는 남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이 이같은 도박꾼마저 '선량한 투자자'로 보고 금융투자업계에 온갖 규제를 가한다는 점이다.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 놓은 ELW(주식워런트증권)와 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양질의 시장을 만드는 것은 규제가 아니라 양질의 투자자다. 주식 투자에 대한 기본 이해부터 선행돼야 건전한 주식시장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