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비슷한 과정을 거쳐 다시 일어나는 경우에 주로 쓰이는 말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우발채무를 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부동산관련 쏠림이 심하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시작은 비우량 부동산 채권의 부실이 나타나면서부터였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부실 등급의 모기지론에 신용을 제공했던 AIG 등 금융회사들이 무너졌고 그것이 세계적으로 파급돼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터지면서 나타났다. 당시 한국과 부산, 솔로몬, 현대스위스, 토마토 등 5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관련 여신규모는 2007년 상반기 8조3000억원에서 2010년 3분기 말 15조8600억원까지 늘었다. 보다못한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고 30개 넘는 저축은행 영업을 정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들의 채무보증규모는 24조2000억원에 달한다. 2013년 3말원 11조원이었던 것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 규모는 약 6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규모만 놓고봐도 걱정되는 수준이다.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가 증권사로 넘어오게 된 과정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부동산 PF에 신용을 제공하는 가장 큰 주체는 건설사다. 그러던 것이 건설사 신용등급 하락으로 유동화 증권에 적정한 등급(A1) 이상의 신용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증권사들의 참여가 늘어나게 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비건설사(은행, 증권사, 공기업 등)의 신용보강에 의한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발행잔액은 17조2093억원(58.1%)으로 건설사(41.8%)보다 비중이 높았다. 이중 8조4153억원이 증권사에 의해 이뤄졌다. 신용등급이 낮아진 건설사들이 신용보강에 나서지 못하게되자 빈자리를 증권사를 채운 모양새다. 건설사들의 신용등급하락이 건설업 전반의 부진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건설사들의 위험이 그대로 증권사로 이전됐다고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증권사 우발채무를 올해 중점검사사항으로 선정하고 메리츠종금증권과 대신증권에 대한 우발채무 검사에 나섰다. 개별 증권사의 위험을 점검함으로써 시장 전체에 경고하겠다는 것이지만 충분하지 않다. 부동산 시장이 악화될 경우 증권사 전반의 위험으로 확산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개별 증권사 차원에서 세워놓은 위기 대책이 시장 전체의 위험에 대응하기에는 불충분할 수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건설업은 취약업종으로 감시대상이다. 보다 넓은 시야에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