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퇴직연금을 깨워라]TDF 사적연금상품으로 급성장, 1조 돌파 초읽기…퇴직연금 70%까지만 편입 가능

"TDF 투자 규제가 퇴직연금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A자산운용사 TDF 운용 펀드매니저)
사적연금상품인 TDF(타깃데이트펀드)가 높은 수익률에 힘입어 도입 후 2년 만에 시장 규모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TDF 등 위험자산 투자를 70%까지로 제한해 안정적인 노후대비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6년 4월 첫 출시된 자산운용사의 TDF 설정액 규모는 지난달 30일 기준 9777억원 규모까지 늘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상품을 출시한 운용사가 7곳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성장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다"고 말했다.
TDF는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를 대신해 은퇴시점을 타깃데이트(목표시점)로 설정, 투자자별 취업시기, 임금 수준, 은퇴시점 등 생애주기를 감안한 글로벌 주식과 채권 등 자산배분 전략을 토대로 자산을 운용해 주는 연금상품이다.
1990년대 초 미국에서 첫 출시 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럽과 아시아 등 국가에서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의 수요가 커진 게 TDF 시장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 중심으로 운용되는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이 저금리 여파로 지지부진하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양호한 TDF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에 출시된 전체 TDF는 올 들어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에서도 연평균 수익률 7.2%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1.88% 수준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1.94%)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과 대조를 보인다.
문제는 여전히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70%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주식투자 비중이 40%를 넘기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초기 주식투자 비중이 40%가 넘는 TDF를 퇴직연금 적립금의 70%까지만 편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급자가 퇴직연금 적립금 중 70%를 TDF에 투자해도 나머지 30%는 직접 채권형 펀드 등 안전자산에 추가로 투자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해 수익률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TDF 상품 취지가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적극 활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퇴직연금의 TDF 투자가 제한되면 그만큼 수익률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해 안정적인 노후대비 기능도 약화 될 수 있어 투자 제한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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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 투자 한도 제한이 퇴직연금의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에 비해 펀드 등 원리금 비보장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중 펀드 등 투자상품과 비슷한 DC(확정기여)형 비중은 24.3%로 2011년 말 이후 7% 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과 비슷한 DB(확정급여)형 비중은 66.5%로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금융당국도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 개선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수급자의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통한 안정적인 노후 대비를 위해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