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격에 인수한 공모주를 울며겨자먹기로 오랜기간 보유해야 하는 만큼 이들 공모주의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수익률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가 두 달 새 2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은 코스닥 벤처펀드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코스닥 벤처펀드의 벤처기업 신주 15% 투자 의무 조항 탓에 공모주 투자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공모주 투자 시 공모가격이 상승했고 일정기간 공모주를 처분할 수 없는 락업(의무보유) 기간까지 길어져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4월부터 출시된 코스닥 벤처펀드는 공모주 투자 시 최소 1년에서 2년 사이의 락업 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후 지난달 28일 첫 코스닥 IPO(기업공개) 벤처기업인 제노레이 공모주의 경우 상당수 펀드가 1년 6개월의 락업 기간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등 기관투자자는 수요예측 시 공모주 락업 기간이 길수록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가 일단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고 앞다퉈 파격적인 락업 기간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코스닥 벤처펀드 경쟁 여파로 공모주 공모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제노레이, 세종메디칼 등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후 상장한 코스닥 IPO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펀드가 수요예측에 참여하면서 공모가격이 회사 측 희망가격보다 높게 결정됐다.
공모주 공모가격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코스닥 벤처펀드의 공모물량을 배정받기 위한 수요가 한정된 공모주에 몰리면서 공모가격 거품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공모주 투자에 열을 올리는 건 메자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포함한 벤처기업 공모주에 전체 자산의 15% 이상을 투자해야 공모주 물량의 30% 우선배정이라는 특혜를 받을 수 있어서다.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잘 활용하면 저렴한 공모주를 배정받아 한꺼번에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벤처기업 공모주 15% 이상 투자 규정도 준수할 수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통해 기업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는 정부 정책에 따라 탄생한 투자상품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익률 하락 피해는 정부가 아니라 투자자와 운용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성장성을 갖춘 코스닥 벤처기업 발굴 등 운용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코스닥 벤처펀드는 언제든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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