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2010년 11월11일 오후 2시50분 '그들이 움직였다'

[MT리포트]2010년 11월11일 오후 2시50분 '그들이 움직였다'

임동욱 기자
2019.05.02 17:30

[불공정거래와의 전쟁]⑤악의적인 주가하락·잔인성 '픽션'…금감원 수사권한 한계 등 꼬집어

[편집자주] 금융위원회가 2일 특별사법경찰(특사경)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간인인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사법경찰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5월 본격 가동된다. 자본시장 민간 경찰 출범과 함께 진화하는 불공정 거래를 뿌리 뽑기 위한 당국의 활동에 하나의 전기가 마련됐다.
이른바 '옵션쇼크'를 일으켜 거액을 챙긴 혐의로 고발된 도이치뱅크와 도이치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소재한 이들 회사에서 수색을 마친 검찰관계자들이 압수물이 든 박스를 들고 로비를 나서고 있다.
이른바 '옵션쇼크'를 일으켜 거액을 챙긴 혐의로 고발된 도이치뱅크와 도이치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소재한 이들 회사에서 수색을 마친 검찰관계자들이 압수물이 든 박스를 들고 로비를 나서고 있다.

2010년 한국 증권시장을 뒤흔들었던 '11.11 옵션쇼크’ 사태의 주범이 잡혔다. 데릭 옹(Derek Ong) 전 도이치뱅크 홍콩지점 차익거래팀장이 지난달 1일 인도네시아 공항에서 인터폴 적색수배에 의거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검거 통보를 받은 한국 검찰은 즉각 ‘긴급 인도 구속’을 신청했다. 해외에 머물며 한국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던 그는 기소 8년 만에 대한민국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1월 11일은 옵션 만기일로, 특별한 호재나 악재가 없었던 날이었다. 그런데 장 마감 10분 전, 동시호가 시간인 오후 2시 50분부터 3시까지 10분 동안 약 2조원 이상의 엄청난 매도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매도 폭탄에 코스피 지수는 53.12포인트(2.7%) 떨어졌고, 코스피200지수도 10분 사이에 2.8% 급락했다.

이 여파로 당시 코스피200 풋옵션(미리 정해진 행사가격에 주식 등을 팔 수 있는 권리)을 샀던 투자자들은 10분 동안 최대 499배의 수익을 냈다. 반면, 콜옵션(미리 정해진 행사가격에 주식 등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행사가격보다 종가가 크게 낮아져 권리 행사를 포기해야 하는 등 옵션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이날 주가 급락으로 콜옵션에 투자한 개인과 자산운용사들의 피해액은 최고 1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 특별조사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량매도주문을 주도한 기관투자자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도이치뱅크 홍콩지점과 한국 계열사인 도이치증권코리아였다. 이들은 풋옵션으로 투기 포지션을 구축한 후 보유 주식을 단시간 내 대량으로 매도해 주가지수를 떨어뜨린 뒤 풋옵션에서 큰 수익을 얻는 방안의 ‘작전 설계도’를 그렸다.

작전 실행 당일 오후 2시 50분 동시호가 시간대에 접어들자마자 보유하고 있던 현물을 7회로 나눠 4.5%~10% 낮은 가격으로 대량매도하기 시작했다. 이날 10분간 체결된 규모는 2조6485억원이었으며, 이 중 도이치뱅크와 도이치증권코리아로부터 나온 물량은 전체의 92%에 달했다.

이 작전으로 이들이 옵션 포지션을 통해 얻은 부당이득은 총 449억원. 반대로 주가지수 상승에 베팅한 옵션 투자자들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한 자산운용사는 이 건으로 898억원의 피해를 입고, 결국 파산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1년 1월 특별조사팀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외국인 4명, 한국인 1명, 도이치뱅크 및 도이치증권코리아를 검찰에 고발하고, 국내 법인에 대해선 일부 영업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하고, 이들이 거둔 시세차익 448억원은 국고계좌로 압수했다.

그러나 이 사태의 주범이던 외국인들은 해외에 머물며 처벌을 피했다. 검찰은 범죄인 인도를 위해 영국, 프랑스, 홍콩 등에 사법 공조를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송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은 한국인인 박 모씨와 한국법인에 대한 재판을 진행, 2016년 1심에서 박 씨에 대해 징역 5년, 도이치증권코리아에 대해서는 벌금 15억원 및 추징금 약 12억원, 도이치뱅크에 대해서는 약 437억원의 추징금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항소심 재판부는 박 씨 등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사유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상고로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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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기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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