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춘절(설) 연휴를 마치고 문을 연 중국 증시가 7%대 급락세다. 전 세계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발원지인 중국 본토의 증시가 오랜 기간 휴장하면서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오전 11시37분 기준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7.78% 내린 2744.06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여 만의 최저치다. 장 초반 9%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나마 나아진 모습이다. 이날 중국 위안화 가치도 시장 불안을 감안해 달러 대비 절하돼 고시됐다. 고시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54% 오른 6.9249위안이다.
이날 중국 증시의 하락세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9% 가까이 폭락한 것은 시장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둔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하방 압력을 가했다.
특히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汉)시가 동펑·르노·푸조 자동차 공장이 자리하고 있고, 양츠광섬유(5G), 양츠강메모리(반도체) 지멘스·펩시(테크) 등 산업 중심지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봉쇄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산 복귀가 지연돼 제조업이나 글로벌 공급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나타나는 효과는 크지 않다. 인민은행은 전날 밤 늦게 시장에 1조2000억위안(약 205조원)의 유동성 투입 방침을 밝혔다. 신종코로나 예방과 통제가 필요한 특수한 시기에 합리적이고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해 금융시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1조위안이 넘는 단기자금이 상환 만기가 되는 중국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로 인한 유동성 증가 효과는 1500억위안 수준에 그친다"고 진단했다.
에릭 닐슨 런던 유니크레디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로 각국의 여행금지 조치가 연장되고,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불확실성이 증가하게되면 소비자와 기업은 투자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지만 낙폭은 크지 않다. 현재 중화권인 대만 가권지수는 1%대 하락세고, 홍콩 항생지수는 혼조세다. 일본 오전 증시는 하락했지만 낙폭은 줄였다. 닛케이225 지수는 전일 대비 0.96% 내린 223.19에 장을 마감했다. 토픽스지수도 0.65% 하락한 1673.53을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주식을 보유했던 기관 투자자들이 춘절 연휴기간 동안 일본 선물을 헤지 수단으로 활용했는데, 중국 증시가 재개하면서 일본 증시를 재매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