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릅니다"…억만장자 투자자가 주총서 한 답변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나는 모릅니다"…억만장자 투자자가 주총서 한 답변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김재현 전문위원
2022.06.11 09:20

찰리 멍거의 투자철학⑦ 돈 버는 '체크리스트 톱5'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먼저 찰리 멍거의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을 통해 멍거의 투자철학을 살펴봅니다.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사진=블룸버그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사진=블룸버그

찰리 멍거는 주식투자 결정을 할 때 어떤 체크리스트를 활용할까? '가난한 찰리의 연감'에는 멍거가 사용하는 투자 원칙 체크리스트가 소개돼 있다. 멍거는 지적 겸손, 분석적 엄격함, 인내, 결단력, 변화, 독립성, 준비 등을 강조했다. 이중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를 살펴보자.

유의해야 할 점은 멍거의 체크리스트는 하나 하나가 전체 모자이크를 구성하는 타일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체크리스트가 모여서 만들어진 전체 모습을 봐야지 타일 몇 개만 봐서는 멍거처럼 보는 건 불가능하다.

1. 지적 겸손: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다

지적인 겸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파악하고 그 안에 머무는 게 필요하다. 2018년 2월 데일리 저널 주주총회에 참석한 멍거에게 질문자 중 한 명이 애플,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주가가 과대평가됐는지 아니면 저평가됐는지 물은 적이 있다. 멍거의 대답은 단 한마디였다. "잘 모르겠다."(Well my answer is I don't know)

자신의 능력 범위를 쉽사리 벗어나지 않는 멍거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일화다.

또한 성공투자를 위해서는 자신의 의견에 반하거나 믿고 싶지 않은 사실도 확인하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멍거는 자기 자신이 바로 가장 속이기 쉬운 상대라며 절대로 자신을 속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2. 분석적 엄격함: 과학적인 방법과 효과적인 체크리스트를 사용해서 실수와 누락을 최소화하라

멍거는 활동(activity)과 진전(progress), 크기(size)와 부(wealth), 가격(price)과 가치(value)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가 똑같이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모두 다른 개념들이다.

또한 멍거는 거시경제나 주식을 분석하기보다는 비즈니스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멍거와 버핏 둘 다 자주 언급하는 내용이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거시경제를 예측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아야 하고 그림자인 주식이 아니라 몸통인 기업을 분석하라는 얘기다.

2016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과 멍거가 미시경제와 거시경제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보면 두 사람이 미시경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나타난다. 특히 멍거의 미시경제와 거시경제에 대한 설명이 압권이다.

▶버핏: 우리는 주식을 살 때에도 기업을 산다고 생각하므로, 그 결정 과정이 기업을 인수할 때와 매우 비슷합니다. 그래서 미시경제 요소를 최대한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주식을 사든 안 사든 기업의 세부 사항을 즐겨 조사합니다. 나는 기업을 연구하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하며 아무리 연구해도 질리지 않습니다.

멍거: 미시경제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미시경제가 곧 기업이니까요. 미시경제는 우리가 하는 일이고, 거시경제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변수입니다.◀

3. 인내: 행동하고 싶어하는 우리의 편향에 저항하라

투자자들 가운데 행동 편향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끈기있게 기다리면 좋은 기회가 온다는 걸 알면서도 성급하게 뛰어들어서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많다. 특히 IT기술 발달로 주식거래가 쉬워진 게 어떻게 보면 오히려 독이 됐다. 이전에는 주식을 사려면 증권사 지점에 가거나 전화를 걸어야 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불필요한 거래가 늘어났다. 그래서 수익률이 올랐을까? 아니다.

지난 2월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표한 '주식시장 개인투자자의 모바일 거래'에 따르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투자자의 수익률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투자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MTS 투자자는 다른 매체 투자자에 비해 거래회전율과 일중거래(데이트레이딩)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투기적인 경향이 오히려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

멍거는 뭐든지 하려고 하는 인간의 편향에 저항하라면서 '행동하지 않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불필요한 세금이나 거래비용을 피하고 행동을 위한 행동을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4. 결단력: 적절한 상황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과단성과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라

대신 멍거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며 기회가 왔을 때는 꽉 붙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만날 때, 그때가 바로 승부처라는 말이다.

여기에는 과단성과 자신만의 확신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릴 수 있다."

5. 변화: 변화와 더불어 살고 없앨 수 없는 복잡성을 받아들여라

주식투자와는 상관없는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멍거는 변화에 대한 수용을 강조했다. 즉 세계가 우리에게 맞추기를 바라지 말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본질을 인식하고 우리가 적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끊임없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디어'(best-loved ideas)에 도전하고 기꺼이 수정하라고 조언했다. 멍거는 맘에 들지 않는 현실일수록 더 빨리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생각해보면 정말 일리있는 말이다.

멍거의 탁월한 투자 성과는 마법공식이나 경영대학원 스타일의 시스템에서 유래한 게 아니다. 보다 나은 사고를 위한 끊임없는 탐색, 엄격한 준비 과정을 마다하지 않는 의지와 멍거의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사고모델의 탁월한 결과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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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논설위원

중국과 금융에 관심이 많습니다. PhD in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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