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승영 딜로이트안진 AI Asset & Analytics 그룹 리더

"저희가 만든 게 단순 회계 자동화 솔루션이라면 판교 IT 기업에 팔 수 없습니다. 그쪽엔 개발자도 더 많고, 기술은 쉽게 복제되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회계사가 실무를 바탕으로 만든 전문 콘텐츠 중심 솔루션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딜로이트 안진 AI Asset & Analytics 그룹을 이끄는 이승영 리더는 회계법인이 개발에 뛰어든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회계사인 이 리더는 딜로이트 안진이 서비스하는 자금사고 징후 탐지 솔루션 '라이트하우스'를 직접 만든 개발자기도 하다.
순수 문과 출신에 회계사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 리더는 2017년 미국 딜로이트 본사 파견 근무를 하며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미국에서는 엑셀을 자동화하는 VBA 열풍이 불었다.
이 리더는 "영어를 못해서 매일 주눅 들어 있다가, VBA를 잘하게 되면서 칭찬도 받았다"며 "이때 언어가 다르더라도 내가 가진 '회계 전문가'라는 콘텐츠는 살아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가 밤을 새워 가며 파이선(Python), HTML, VBA를 독학한 이유다.
한국에 돌아온 이 리더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자동화 툴을 만들었다. 그는 "처음 VBA 툴을 만들어 주니 다들 신기해하기에 비슷한 걸 몇 개 더 만드니까 편하고 좋다고 하더라"며 "이런 툴이 하나둘 쌓이더라"고 했다. 이렇게 딜로이트 안진 내부에서만 사용하던 툴은 이제 솔루션으로 묶어 고객사에도 제공하고 있고, AI(인공지능)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진화 중이기도 하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솔루션은 △라이트하우스 △딜로이트 컨버터 시리즈 △파이낸스 데이터 허브(Finance Data Hub) △7 Click 연결 효율화 솔루션 등을 4종이다.
라이트하우스는 자금 흐름을 통해 횡령이나 부정 유출 등을 탐지하는 솔루션이다. 현재 약 100곳의 중견기업·대기업이 라이트하우스를 사용 중이다. 정부 기관 중 규제기관 한 곳과 해당 솔루션을 진행해 유의미한 결과도 도출했다. 이 리더는 "라이트하우스는 90% 이상 적발률을 자랑하는 글로벌 유일의 자금사고 징후 탐지 솔루션이다"며 "기존 적발 시스템과 달리 회계법인이 축적한 자금 사고 시나리오를 적용해 자금 흐름만으로 사고 징후를 적발하는 방식이다"고 했다.
전자공시 자동화 도구인 '딜로이트 컨버터 시리즈', 감사·비감사 업무를 통합해 분석하는 툴인 '파이낸스 데이터 허브', 7번의 클릭만으로 관계사 재무제표까지 연결 조정하는 '7 Click 연결 효율화 솔루션'도 실무적 필요에 의해 개발한 툴을 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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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안진은 이 리더가 이끄는 AI Asset & Analytics 그룹을 중심으로 회계법인 전반 업무의 AI 전환을 진행 중이다. 기존 재무회계 데이터 분석 조직을 최근 그룹 규모로 확장한 것이다. 그룹 출범을 계기로 솔루션 사업 성과를 본격적으로 거둘 계획이다.
이 리더는 "AI Asset & Analytics 그룹은 데이터 기반의 회계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AI를 포함한 최신 기술을 회계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며 "회계사·데이터 분석가·개발자 등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가 50여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개별 프로젝트 특성에 따라 인력이 유동적으로 참여해 100여명 규모까지 늘기도 한다"고 했다.
이 리더는 이같은 AI 자동화 시대에 전문가인 회계사의 역할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자부했다. 처음에는 자동화에 대체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으나, 개발 방향성을 확장과 보완으로 잡으면서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딜로이드 안진의 솔루션이 "회계사의 전문성과 기술·데이터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AI는 도구일 뿐 이를 기획·설계하는 핵심 콘텐츠는 회계사에게 있다는 의미다. 개발자와 데이터 전문가도 채용하지만,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하이브리드형' 회계사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리더는 "올해 처음으로 신입 회계사 채용에서 데이터 분석이나 디지털 역량 보유자를 우대해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