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스테이블코인 신중론에…핀테크·코인업계 불만 고조

한은 스테이블코인 신중론에…핀테크·코인업계 불만 고조

성시호 기자
2025.11.18 13:41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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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테이블코인 발행 법제화가 정부안 제출 지연 여파로 늦어지면서 한국은행을 향한 가상자산·핀테크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이 '허용 후 관리' 기조로 접어든 가운데 한은이 비관적 전망을 전제로 시장경쟁 참여를 늦춘다는 것이다.

한은은 올 들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놓고 '단계적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연이어 표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그냥 도입할 경우 외환시장 환율 변동성과 자본 유출이 굉장히 걱정된다"며 "은행 중심으로 먼저 해보고, 외환 나가는 게 잘 통제되면 그 다음 순차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점은 한은이 지난달 27일 발간한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보고서에서도 나타난다. 한은은 △'언스테이블코인' 전락 가능성 △코인런 위험 △예금자보호 사각지대 △금산분리 훼손 △해외 자본유출 △유동성 증가 △통화정책 무력화 △은행의 자금공급 축소 등을 거론한 바 있다.

가상자산·핀테크 업계는 한은의 주장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반론한다. 제도권에 가까워진 스테이블코인의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현재 국내 유통 중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원화로 환전하기 위해선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나 은행을 거쳐야 하고, 모든 거래 내역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되는 실정이다.

가상자산·핀테크 업계는 또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예금 유출을 촉발하면 은행의 대출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한은 측 우려에 대해 '탈중앙화금융(DeFi)이 오히려 자금중개 효율성을 높일 것'이란 주장을 폈다. 예금·대출 구조가 단순화돼 거래비용을 낮출 수 있고, 금융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취지다.

국내 법제화가 답보하는 사이 해외에선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속속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가상자산시장법(MiCA·미카)를 시행,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와 준비자산 요건을 명확화했다. 일본은 은행·신탁은행 등 인가된 기관에 발행을 허용했고, 싱가포르통화청(MAS)도 싱가포르 달러나 G10 주요통화 연동 단일통화스테이블코인(SCS)에 대해 허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주요국은 발행 허용을 전제로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단계적 발행, 준비자산의 투명한 관리, 상환보장과 외환한도 설정 등 구체적 장치가 병행되면 한국은행의 우려도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토큰증권 등이 블록체인에서 제대로 유통되기 위해선 지급결제 수단이 필요하고, 스테이블코인이 그 역할을 하게 된다"며 "한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미루면 세계 금융질서에서 뒤처지게 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한국의 낮은 통화 활용도를 끌어올리고, 국제 결제망에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것"이라며 "이제는 '왜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제도화하느냐'의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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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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