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를 비유하는 표현 중에 '계란 한 판'이라는 말이 있다. 보통 한 판에 30개의 달걀이 담겨 있어 서른 살을 뜻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 나이를 기념하는 이벤트를 따로 열기도 한다. 사회적 통념상 '완전한 어른'으로 인정받는 시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20세기만 해도 성인을 상징하는 숫자는 20이었다. 하지만 의학 발전으로 수명이 늘고 사회 진입이 늦어지면서 요즘은 '서른'이 갖는 상징성이 더 커졌다.
국내 대표 성장주 시장인 코스닥도 올해 만 서른 살을 맞는다. 1996년 7월, 미국의 나스닥을 본떠 세계 두 번째 성장주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범했다. 지수 1000에서 시작해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바람을 타고 지수 3000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 코스닥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올해 들어 시장 반등과 함께 지수가 다시 1000을 넘겼다. 30여 년 만에 사실상 출발선보다 조금 앞섰다. 같은 기간 나스닥은 1100대에서 2만3000선을 돌파했다. 엔비디아·테슬라·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IT대기업)도 키워냈다.
코스닥 성장의 속도가 더뎠던 이유는 명확하다. 코스닥은 오랜기간 동안 투기성 자본이 모이는 곳이란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단타 위주라는 선입견도 적잖았다. 투자할 만한 시장이 아니라는 이미지는 외국인·기관 등 자본시장 큰손들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 이는 다시 우량 기업의 이탈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을 만들었다.
실제로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셀트리온 등 한때 코스닥을 대표했던 기업들은 모두 시장을 떠났다. 이들이 계속 남아 있었다면 오늘의 코스닥 위상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5000을 넘어서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코스닥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은 시장에 고무적이다. 추진 동력이 살아있는 정권 초기에 코스닥에 대한 정책 당국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시장은 이를 성장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당국이 '코스닥 활성화' 군불만 지펴도 유동성이 먼저 반응하는 구조를 시장은 이미 여러 차례 목도했다.
여기에 이른바 '좀비기업' 퇴출 강화, 한국거래소 구조 개편, 한국판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설치 논의까지 이어지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들 정책 논의의 공통점은 결국 코스닥 신뢰 회복과 활성화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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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시장은 이제 코스닥 지수 3000을 본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 코스피 대비 밸류에이션 격차를 감안하면 성장주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덩치가 조금만 커져도 코스피로 떠나고, 실체 없는 테마주와 한계 기업이 활개치는 시장을 건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30년 전 코스닥은 분명 야심찬 비전과 함께 출발했다. 이제는 그 정신을 다시 되살릴 때다. 코스닥이 벤치마킹한 나스닥처럼 국내외 중견·중소·벤처 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신뢰 기반의 성장 플랫폼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