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복상장 절반으로 뚝↓…"까다로운 공시, 정부압박 통했다"

일본 중복상장 절반으로 뚝↓…"까다로운 공시, 정부압박 통했다"

방윤영 기자
2026.03.25 17:50

[MT리포트]중복상장 금지의 딜레마⑤일본 히타치 중복상장 해결 모범사례

[편집자주] 모회사의 알짜 사업부문을 떼서 상장하는 중복상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중복상장이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복상장이 코리아디스카운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이유다. 다만 중복상장이 기업의 자금조달을 막고 투자자의 자금회수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도 적잖다. 또 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가혹한 조치라는 불만도 나온다. 중복상장 금지가 효율적으로 시장에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모색해 본다.
중복상장 관련 해외 사례/그래픽=윤선정
중복상장 관련 해외 사례/그래픽=윤선정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중복상장 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12월 소액주주 보호와 그룹 경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모자회사 등 공시제도를 마련한 이후다.

25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중복상장 자회사(상장 모회사의 지분 50% 이상)는 239개사로 전체의 9.4%를 차지한다. 국내 상장사 중 자회사인 경우는 571개사로 전체의 22%를 차지한다. 상장사 5곳 중 1곳은 자회사라는 의미다. 모회사 기준으로 보면 상장한 자회사를 둔 기업은 357개사로 그 비중은 14%에 달했다. 해외 중복상장 비율(지난해 10월 기준)은 미국은 0.05%, 중국 2.4%, 일본 4%, 대만 2.7% 등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비정상적 수준이라는 평가다.

우리나라가 중복상장 금지 원칙을 내세우면서 중복상장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인 일본 사례가 관심을 받고 있다. 김정남 전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APG) 대표는 지난 12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일본 상장 자회사가 2007년 467개사에서 지난해 7월 기준 215개사로 절반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2023년 공시제도 개정 이후 나타난 변화다. 일본 정부가 까다로운 공시로 중복상장을 압박하자 일본 대기업들이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거나 완전 자회사로 흡수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도교증권거래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모자 상장회사와 지분법 적용 관계회사(모회사의 의결권 소유비율 20 이상 50% 이하 비연결자회사·관련 회사)가 소액주주 보호와 그룹 경영에 관한 내용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상세히 기재하도록 했다. 이전에도 소액주주 보호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권고했으나 불충분하다는 평가에 따라 '기재상의 포인트' 형태로 구체적인 내용을 적도록 했다. 자회사 상장 사유, 자회사 경영이나 임원 인사에 대한 모회사의 관여, 모회사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 자회사 상장시 소액주주와 모회사의 이해상충 리스크와 대응방안 등을 기재해야 한다. 공시제도 마련 이후에는 거래소 웹사이트 공개 요구, 우수·불량 공시사례 공개 등을 이어가며 규율을 강화했다.

일본 히타치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한때 히타치 다수의 상장 자회사를 보유했으나 금속·건설·화성 등을 순차적으로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매각했다. 이후 ROE(자기자본이익률)·PBR(주가순자산비율) 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며 일본 거버넌스 개혁의 대표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은 별다른 규정이 없으나 중복상장 사례는 극히 드물다. 중복상장은 주주 간 이해충돌 문제로 인식돼 금기시하고 있다. 주주 소송이 활발한 문화에서 법적 리스크가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주회사 알파벳은 구글, 유튜브, 웨이모, 딥마인드 등 여러 자회사를 뒀으나 상장사는 알파벳뿐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를 두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싱가포르거래소는 상장규정을 통해 자회사의 상장 신청시 자산·영업범위 중복성 심사를 통과해야만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말레이시아거래소는 2022년부터 모자기업의 경우 지배관계를 중단해야만 상장 신청이 가능하도록 규제 수준을 강화했다.

김형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복상장 쟁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장기적으로 일본 사례처럼 중복상장 자회사들의 완전 자회사화를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규 중복상장은 원칙 금지하되 이사들이 주주 충실의무 하에 필요성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주주총회에서 소주주주의 다수결 제도를 통해 승인을 받는다면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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