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 시청자 볼모 갈등 그만"

"지상파-케이블, 시청자 볼모 갈등 그만"

대담=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겸 문화과학부장 정리=김은령기자
2010.09.13 07:50

[머투초대석]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정부가 나설 때다"

ⓒ유동일 기자 eddie@
ⓒ유동일 기자 eddie@

"이번 판결로 15년간 해묵은 문제였던 지상파 난시청, 재송신 문제에 대한 그림이 새로 그려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케이블업계에서도 논의를 통해 로드맵을 마련하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케이블TV의 디지털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하라는 법원의 판결로 케이블방송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케이블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에 재송신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재송신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지상파 난시청 문제로 전국민의 80% 이상이 케이블방송을 시청하는 현실에서 지상파방송 중단은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케이블업계를 대표하고 있는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케이블방송이 지상파방송의 수신보조 역할을 했고 시청자들의 시청권 확보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많은데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상파방송은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라며 "수신이 어려운 지역이 많은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 의무전송을 한다든지 지상파방송에 전파 사용료를 받아 송출료로 제공하는 등의 여러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지상파방송사와의 갈등과 종합편성채널 등장, 통신사와의 경쟁격화 등 변화하는 방송시장 환경 앞에서 케이블 업계의 활로를 고민하고 있는 길 협회장을 만났다.

-지난 8일 법원은 케이블TV의 디지털지상파 재송신이 지상파방송사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여기에 대한 케이블업계는 어떤 대응방안을 세웠는지요.

▶현재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에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재송신 정책 등 전체적인 방송시장 환경이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재송신 문제는 15년간 해묵은 문제입니다. 이번 판결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문제는 시청자가 볼모로 돼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 난시청이 많은 상태에서 사업자간 갈등으로 방송을 빼버린다면 시청자 피해가 우려됩니다. KBS 같은 경우 수신도달률이 90%가 넘는다고 하지만 실제 방송을 볼 수 있는 비율은 훨씬 적습니다. 이번에 디지털 전면 전환을 한 울진지역도 3%밖에 안되더군요.

지상파방송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유료화를 전제로 한 협상은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내부적으로는 항소를 할 것이냐 송출중단을 할 것이냐 의견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조만간 케이블업계의 입장이 모아지면 적극적으로 대처할 예정입니다.

-재송신 정책 변화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법원에서 판결이 난 상황이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협상테이블을 마련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입장 차이가 커 원만한 타협점 찾기가 힘들겠지요. 그래서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다행히 방통위에서 이제라도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제도개선 방안으로는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KBS, MBC, SBS 등 지상파3사도 각 사별로 입장이 다릅니다. KBS는 KBS1이 의무재송신 채널인데다 공영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지요. MBC와 SBS는 재송신 비용을 내되 송출료를 받을 수 있지요. 또 수신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의무채널을 해준다던지 수신료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주파수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지상파방송사가 재송신 비용을 받겠다면 정부가 전파 사용료를 내라고 하고 수신보조를 하는 케이블쪽에 송출료를 줄 수도 있습니다.

-연말에 종합편성채널(PP)와 보도PP가 새로 등장하게 됩니다. 방송업계에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콘텐츠 경쟁력이 있는 종편PP가 들어온다면 케이블의 지위 같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우려할 만한 점도 많지요. 특히 광고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PP의 경우 종편이 광고를 싹쓸이 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신문사가 종편을 하게 되면 우월적 지위를 통해서 신문광고, 방송광고를 같이 하기도 하겠지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인터넷TV(IPTV)로 인한 통신업체와의 유료방송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케이블업계에서는 IPTV에 대한 차별적인 정책 지원을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요.

▶IPTV가 처음 나왔을 때 정부가 차별적인 정책지원 등을 했지요. 그런데 현재 정책목표였던 망고도화, 콘텐츠 활성화 등이 하나도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위성방송과 묶어서 팔거나 가족요금제에 끼워파는 등 통신시장의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IPTV가 이용당하고 있습니다. IPTV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지요.

IPTV만의 차별적인 콘텐츠를 가졌어야 했는데 케이블 콘텐츠만 보고 있으면 케이블을 보나 IPTV를 보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똑같아지는 것이지요. 이미 유료방송시장의 양적 성장은 끝난 상태인데 같은 콘텐츠를 갖고 경쟁을 하게 되면 출혈경쟁밖에 되지 않습니다. 실제 통신사들이 IPTV를 통신상품에 헐값에 끼워팔기를 하고 있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유동일 기자 eddie@
ⓒ유동일 기자 eddie@

-방송 끼워팔기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법, 제도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지난번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케이블업계와 간담회 할 때 방송을 통신상품을 팔기 위한 수단으로 쓰면 안된다는 점을 못박았지요. 정기국회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케이블 업계에서도 의견 제시 등을 할 예정입니다.

끼워팔기 때문에 방송통신 결합상품 시장에서도 케이블이 불리한데 특히 KT의 경우 전국방송권을 2개나 갖고 있습니다. 스카이라이프가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기존 IPTV사업권과 위성방송사업권을 갖게 된 것이지요. 공정한 사업기회를 줘야 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케이블 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방송기술의 진화로 스마트TV,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단말기가 플랫폼이 되는 상황에서 망을 가졌다고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 없게 됐습니다. 플랫폼 사업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현재 방송시장에서 지상파 3사와 계열사들이 가져가는 광고 수익이 70%가 넘습니다. 엄청난 독과점 지위죠. 케이블은 그런 막강한 지상파와 자본력이 엄청난 통신사에 껴서 어려운 입장입니다. 강점은 그동안의 노력으로 국민의 80%가 케이블을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에 케이블업계가 역할을 해야 하지요. 케이블업계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의 디지털 전환까지 책임지겠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도 디지털 전환은 지상파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도심 난시청은 케이블이 해결하도록 하고 정부가 지원해줍니다.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유료방송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데 아쉽습니다. 역할 분담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케이블 업계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현재 케이블업계가 규모의 경제로 갈 수 있는 데 제한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IPTV가 전국사업자인데 비해 케이블은 그와 같은 사업 기회도 받지 못했습니다. 불평등한 규제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PP의 경우에도 매출 규제가 33%로 제한돼 있습니다. 지상파방송사와 경쟁할 수 있고 글로벌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는 케이블 채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같은 규제는 과감히 풀어줘야 합니다.

【길종섭 협회장은】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방송기자와 앵커로 친숙한 얼굴이다. 오랜기간 정치부 기자로 몸담으며 판단력, 직관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 방송인 출신으로 방송계의 풍부한 경험도 강점이다.

길 협회장은 동양방송 정치부 기자로 방송계에 입문에 KBS 정치부와 경제부, 보도본부 대기자를 거쳤다. 특히 KBS9 뉴스 앵커와 KBS '길종섭의 쟁점토론' 'KBS심야토론' 등 간판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했다.

지난해 2월 케이블협회장으로 선임돼 변화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케이블업체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또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업계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초기 종합편성 채널 도입이 논의됐을때 케이블업계에서 종편 채널을 추진하자는 제안이나 디지털방송 전환에 케이블 역할을 강화하는 등의 제안이 대표적이다.

◇약력▲1947년 충남 금산 출생 ▲서울경기고등학교-서울고려대학교신문방송학 학사-일본교토대학교대학원 연수 ▲중앙일보 동양방송 정치부 입사 ▲ 한국방송공사 보도본부 정치부 ▲한국방송공사 보도본부 정치부 부장 ▲한국방송공사 정치담당 뉴스센터 부주간

▲한국방송공사 LA지국 지국장 ▲한국방송공사 기획제작실 ▲ 한국방송공사 보도국 부국장 겸 경제부장 ▲한국방송공사 아시아총국장 동경지사 ▲한국방송공사 도쿄 총국장 ▲ 한국방송공사 해설위원실 위원장 ▲한국방송공사 보도본부 보도위원(국장) ▲한국방송공사 보도본부 대기자 ▲고려대 석좌교수(現)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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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김은령입니다. WM, 펀드 시장, 투자 상품 등을 주로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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