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6년 만에 폐지 '초읽기'

'인터넷 실명제' 6년 만에 폐지 '초읽기'

정현수 기자
2011.12.29 08:00

[2012년 업무보고]방통위 제한적 본인확인제 개선 방향 및 보완방안 검토키로

'말많고 탈많던'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가 결국 도입 6년 만에 폐지수순을 밟게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동안 실효성과 역차별 논란에 휩싸여온 인터넷 본인확인제를 재검토키로 한 것. 정부가 본인확인제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07년 관련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방통위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본인확인제에 대한 제도개선 및 보완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청회, 간담회, 연구반 운영 등 의견 수렴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공개 논의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본인확인제는 악성댓글 등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7년 7월 도입됐다. 대형 웹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실명인증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도입 당시 일일 방문자수 30만명 이상인 웹사이트가 대상이었지만, 지난 2009년 일일 방문자수 10만명으로 확대됐다.

본인확인제는 도입 초기부터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실제로 유튜브는 지난 2009년 본인확인제에 반발하며 국내 게시판 기능을 없애고 우회 접속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후에도 헌법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발 여론은 들끓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초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더욱이 트위터 등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를 끌면서 명분은 더욱 없어졌다.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트위터는 애초부터 본인확인제의 대상이 아니었다. 국내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되자 방통위는 올해 초 트위터뿐 아니라 국내 SNS도 본인확인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방통위 스스로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이른바 '소셜댓글'이 댓글문화를 이끌면서 본인확인제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빗발쳤다. 소셜댓글은 트위터 등의 계정을 통해 댓글을 달 수 있는 서비스다. 소셜댓글을 사용하면 본인확인을 하지 않아도 본인확인제 대상 웹사이트에 댓글을 달 수 있다. 본인확인제가 더 이상 실효성이 없어진 셈이다.

방통위가 본인확인제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것도 이 같은 공감대 확산에 따른 것이다. 방통위는 "해외 SNS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등 인터넷 소통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제도개선 요구가 제기되고 있고 국내 기업의 역차별, IT 강국 이미지의 저해 우려가 있다"며 재검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방통위는 관계부처간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인확인제의 장단점과 기술발전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공청회 등 공개 논의도 추진한다. 하지만 본인확인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폐지 수순으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악성댓글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본인확인제가 도입됐지만 시행 이후에도 악성댓글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본인확인제는 대표적인 '갈라파고스'적 인터넷 규제로 이미 명분과 실효성 모두를 잃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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