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혹스럽죠. 산적한 현안이 한둘이 아닌데 결국…"
지난 27일 오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직의사는 그야말로 깜짝 뉴스였다. 이달 초 불거지기 시작한 최 위원장의 최측근 비리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한때 사퇴설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설마 사퇴까지 하랴', '사퇴하면 오히려 비위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 위원회 사무국은 그야말로 공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 위원장은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출근을 계속하면서 방통위원장석을 공석 상태로 만들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다만 위원장이 위임하는 형태로 홍성규 부위원장이 상임위원회를 주재해 사실상 위원장직 수행은 중단한다.
방통위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의원들간 사전 합의 안건을 우선 처리하는 정도만 의견을 모은 상태다. 그러나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 등 민감한 현안들은 무기한 순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우려되는 것은 방통위 직원들의 사기저하다. 연초부터 최 위원장의 최측근 비리의혹 보도가 쏟아져나오면서 방통위는 이미 자의반타의반 '공공의 적'으로 오인되고 있다.
초반부터 특혜 논란이 빚어졌던 종합편성채널 정책은 물론 주파수 경매제, 제4이동통신 등 주요 정책들이 모두 최측근 비리의혹과 결합돼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급기야 차기 정권에서 '해체 1순위 부처'로 꼽히는 수모까지 당하고 있다. "방통위 소속이라는 말을 못 꺼낼 정도다", "여야 추천 상임위원이 결정한 정책임에도 특정인의 비위혐의에 정책이 좌우된 것인냥 나오는 보도에 분통이 터진다"는 공무원의 자조섞인 하소연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한때 '최고 엘리트 조직'으로 불렸던 방통위(구 정보통신부) 공무원의 자긍심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최 위원장이 사퇴를 결심한 데는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더 이상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최 위원장은 사퇴의 변에서 "저로 인해 방통위 조직 전체가 외부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당하거나, 주요 정책들이 발목이 잡혀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위원장은 "저의 퇴임이 방통위에 대한 외부의 '편견'과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됐으면 한다"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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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의 사퇴에 방통위 내부에서는 '다시한번 심기일전해야한다'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운이 빠지지만 사무국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우리 갈길을 간다"고 말했다.
지상파재송신 제도개선안 마련은 물론 디지털방송전환 마무리, 인터넷 제한적 본인확인제 재검토, 인터넷 주민등록번호 수집 단계적 금지 등 굵직한 정책이 남아있다.
누가 오든 신임 위원장을 포함한 2기 방통상임위원들이 합리적으로 정책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사무국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