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대가' 발전적 합의 늦출 일 아니다… 글로벌 롤 모델 제시해야
KT(59,300원 ▼1,100 -1.82%)와삼성전자(200,500원 ▼8,000 -3.84%)간 '스마트 TV' 전쟁으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KT가 지난 10일 자사 초고속인터넷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삼성 스마트 TV 접속 차단을 강행하자 삼성전자가 즉각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
당장 17만명에 달하는 삼성 스마트 TV 이용자들이 사흘이 넘도록 영화, 애플리케이션, V 웹브라우저 등을 이용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차단 주체인 KT에 있다. 향후 네트워크 폭증 사태의 잠재적 최대 위협요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고객들에 대한 충분한 사전 예고없이 접속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네트워크 대가 산정 등을 논의하기 위한 방송통신위원회 망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를 앞둔 '시점 선택' 역시 이번 KT 조치를 곱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소비자들을 볼모로 잡은 건 삼성전자도 매한가지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스마트 TV 제조사가 아니다. 이미 독자적인 스마트 TV 플랫폼(앱스토어)을 구축해 유무료 콘텐츠(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고 있다. 껍데기만 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곳서 고객들이 유료 콘텐츠를 구입하면 그 수익의 일정 비율은 삼성전자 몫이다.
그런데도 삼성은 '네트워크 사용대가' 협상에 응해달라는 KT의 차단 전 최후 요구 조건을 일언지하에 거절, 사태를 악화시켰다. KT가 접속을 차단한 것은 삼성 스마트TV 자체가 아니라 삼성이 운영하는 스마트TV 서버 IP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책임소재를 따지기에 앞서 짚고 넘겨야할 해결과제가 있다. 스마트 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대용량 데이터 급증에 따른 '네트워크 관리'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무선 네트워크망 관리와 투자는 현재 통신업계의 최대 난제로 꼽히고 있다.
현재의 스마트 TV 보급 속도대로라면 유선 네트워크도 머지않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게 통신업계의 우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관리와 투자에 대한 책임은 모두 통신업체로만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통신사업자들이 투자한 통신망에 3D, HD 대용량 고화질 데이터로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시키며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네트워트 트래픽 관리나 투자비를 분담해달라는 요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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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용자들이 인터넷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이용자들이 스마트 TV를 포함해 어떤 콘텐츠를 사용하든지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제조사나 콘텐츠 사업자들의 논리다.
바꿔 말하면 데이터 폭증에 따른 네트워크 투자비는 인터넷 이용 요금을 일괄적으로 올리거나, 이용자가 사용한 만큼 요금을 지불하는 종량제로 전환하는 등 통신사업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등 떠미는 형국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계 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과 매출정체, 무임승차 서비스 등 삼중고로 통신업계는 지난해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바 있다.
일각에서는 통신업계가 '밥그릇' 때문에 글로벌 스마트 강국 실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기술에 따른 견제와 대립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다. 구글 역시 지난 2010년 '구글TV'를 처음 내놓고도 미국 대형 방송사들의 견제로 한동안 자리를 잡지못해왔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확산은 '기술' 자체보다는 이해당사자간의 '합의'와 '조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방증해주는 대목이다.
스마트 TV 플랫폼 혹은 콘텐츠 사업자가 이로 인한 수익을 통신업계와 분담하는 대신 통신업계는 고품질 네트워크를 보장해준다면 보다 경쟁력 있는 한국식 스마트TV 사업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
반목보다는 이해 당사자간 발전적 합의를 통해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스마트 강국으로 도약하는 보다 빠른 지름길은 아닌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