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조금 늪에 빠진 통신사

[기자수첩] 보조금 늪에 빠진 통신사

성연광 기자
2012.09.26 05:00

출고가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이 출시한 지 불과 2개월만에 20만원 밑으로 떨어지는 과당 보조금 과열 경쟁에 결국 방통위가 직권조사에 나섰다.

지난 8일부터 통신업계가 막대한 보조금이 투입된 결과, 일주일간 전체 이동통신 번호이동은 68만7000건으로 사상 최고기록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 이로 인한 통신3사의 실적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SK텔레콤이 4090명, KT가 2만7453명 순감했고, LG유플러스가 3만1543명 순증했다. 이는 올들어 여느 달과 비교해도 비슷한 패턴이다. 결과적으로 이통 3사 모두 '헛돈'만 들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방통위가 칼을 빼든 만큼 조사결과에 따라 막대한 과징금은 물론 신규 영업정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특성상 한 사업자가 보조금을 늘리면 경쟁 사업자는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보조금을 쓴다. '제살깍기'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보조금 경쟁을 업계 스스로 '치킨게임'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알면서도 보조금 폐해가 철마다 반복되고 이유는 왜일까. 포화 단계인 이동통신 시장서 가입자를 가장 손쉽게 늘리는 더없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악폐'임을 자처하면서도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유혹(?)인 것이다.

보조금은 사실 이용자들의 휴대폰 구입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한때 법으로 금지됐던 이동통신 보조금이 2008년을 기점으로 부활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번 보조금 전쟁으로 수혜를 입은 이용자는 최저가로 갤럭시S3를 구입한 일부에 불과하다.

일주일을 전후로 이전 동일모델을 많게는 수십만원 웃돈을 주고 구입한 다수 가입자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조차 없다. 하루에도 오락가락한 단말기 가격 탓에 대리점에 항의하는 소동까지 속출했다. 전체 이용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일부 이용자들에게만 집중된다는 것은 엄연한 이용자 역차별 행위다.

보조금 폐해를 막기 위해선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 시장을 원칙적으로 분리해 이동통신 서비스 업계가 서비스와 가격 등 본원적 경쟁의 장으로 유도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 방안을 비롯해 관련업계와 이용자들까지 가세한 보다 합리적인 논쟁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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