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사이트에 주민번호 노출↑…"한류 콘텐츠 인기에 국내 개인정보 수요 늘어"
#중국에 거주하는 교포 김모씨.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아이돌 가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관련 사이트에 가입하고 싶지만 마땅한 데를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 주민번호를 요구하거나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 외국인으로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 한 중국 내 한 인터넷 게시판에 가입정보를 제공하는 글이 올라와 눈이 번쩍 뜨였다. 한국 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는 아이디나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한다는 글이었다.
해외사이트에 노출되는 우리나라 국민의 개인정보가 연간 1만건을 넘는 가운데 최근에는 케이팝 등 한류콘텐츠 인기가 이같은 노출을 더욱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류 스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팬 카페·커뮤니티에 가입하거나 각종 음원 및 인기투표 사이트,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나라 국민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것.

◇외국사이트 주민번호 노출 3년새 48.7% 증가
14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주민번호가 노출된 해외 웹사이트는 2009년 7033개, 2010년 1만4260개, 2011년 1만457개로 연간 1만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 48.7% 증가한 수치다.
올들어 7월까지는 5715개 웹사이트에 노출됐다. 정부의 공식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된 이같은 주민번호 노출 사례 외에 이름·아이디·생년월일까지 고려할 경우 개인정보 노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반면, 주민번호가 노출된 사이트에서 관련 내용을 지운 삭제율은 2009년 96.6%, 2010년 86.9%, 2011년 86.3%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올 상반기는 68.6%에 그쳤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해외 사이트의 주민번호 노출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해당 사이트 운영기관에 공문을 통해 삭제를 요청한다.
나라별로는 지난해 중국 웹사이트가 2829개(27.1%)로 가장 많이 노출됐고, 미국 2024개(19.4%), 프랑스 647개(6.2%), 홍콩 210개(2%), 베트남 195(1.9%)개 순이다.
중국의 경우 2009년 4749개, 2010년 6869개, 2011년 2829개로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올들어 7월까지 2418개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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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은 2009년 581개, 2010년 3014개, 2011년 2024개로 최근 3년 간 3.5배나 급증했다.
◇국내 아이디로 아이돌 팬페이지 이용·순위 투표 참여
해외 사이트에 불법 노출 된 개인정보는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전화금융사기, 개인정보도용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특히 과거에는 국내 게임 자동접속·게임 아이템 거래 등을 노린 국내 게임 사이트 개인정보 유출 등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한류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사이트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해외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있다고 분석했다.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아이돌 스타들의 팬 페이지를 이용하거나 가요순위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인의 주민번호나 이름, 외국인 등록번호 등이 필요하고 외국인은 인터넷 게시판 이용이 봉쇄되는 경우가 많아 국내 주민번호에 대한 수요가 늘고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한 방송사에서 진행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조선족 출신 A씨가 결선에 오르는 과정에서 일부 중국인들이 A씨에 대한 온라인 투표 참여 등을 위해 한국인 주민번호를 도용, 국내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입했다는 의혹이 일며 논란이 됐다.
국내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나 일부 오디션 프로그램 등은 심사과정에서 홈페이지를 통한 인기투표, 음원사이트 다운로드 등 음원판매 순위 등을 집계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팬들이 지지하는 가수에게 한 표 행사하려면 해당 사이트에 가입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인터넷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를 시행하면서 행정기관 및 민간영역에서 과도하게 주민번호를 수집해 온 관행이 개인정보 유출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인터넷실명제는 지난 8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폐지된 상태다.
정부는 우리 국민 개인정보의 해외사이트 유출을 막기 위해 보안대책을 강구중이다. 중국 현지에 오는 11월 중 개인정보보호센터도 구축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권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주민번호, 이름 등이 불법도용되는 사례가 특히 많다"며 "개인정보가 노출될 경우 신속히 검출, 삭제 조치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현지에 개인정보보호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