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쟁 앞에 무너진 '코리안드림'

[기자수첩]정쟁 앞에 무너진 '코리안드림'

강미선 기자
2013.03.05 05:46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의 간판스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4일 사퇴 의사를 밝히자 ICT(정보통신기술)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푸념했다. '벤처신화'로 불리며 과학기술, 정보통신 영역에서 두루 현장 경험을 쌓은 그에게 거는 산업계의 기대가 컸던 만큼 그의 갑작스런 사퇴에 아쉬움도 컸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를 주저앉힌 가장 큰 원인은 정치권의 난맥상이다.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방송 업무를 놓고 여야간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김 내정자가 물러날 때까지 미래부는 신설되지 못했다. 그도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정치권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등의 표현을 쓰며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이뤘지만 해묵은 정쟁 앞에서 '코리안 드림'은 산산조각이 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불호를 떠나, 기존 정치인이나 관료와 달리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신선한 인선이어서 변화가 기대 됐는데 능력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도 전에 사퇴하는 모습을 보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사퇴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순혈주의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와 그의 가족에 대한 국적논란은

지명 당시부터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글로벌시대에 국경을 넘은 인재 등용을 어떻게 봐야할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 건지 우리사회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은 앞으로도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난달 25~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는 한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다시한번 확인시켜줬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은 글로벌 기업 답게 각국의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고 국내기업들은 저마다 최첨단 신기술·서비스를 대거 선보이며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MWC의 주요상도 한국 차지였다.

MWC 출장을 마치고 출근한 첫날 아침, 김 내정자의 갑작스런 사퇴를 보는 기자의 눈에 글로벌ICT업계에서 한국의 위상과 국내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라보였다. 기업은 저만치 달려가는데, 정치권은 제자리는커녕 뒷걸음치는 것은 아닐까.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강미선 에디터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