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교육 방식이라면 차라리 키우지 마세요."
'창조·융합형 인재' 육성 방향을 모색하는 최근 한 토론장에서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이 한 말이다. 비트컴퓨터는 국내대학생 벤처기업 1호, 소프트웨어 회사 1호로 업계 '맏형'으로 꼽히지만 인력 확보면에서는 수난을 겪고 있다.
조 회장은 "벤처에서 일하는 것을 루저(실패자)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도전 정신이 투철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창조·융합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융합형 인재는 경계를 허문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붙여진 말. 대학교가 그 장이다. 대학을 '창업'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우선'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은 긍정적이지 않다. 대학입시 시즌이 다가오자 '취업 1위, ㅇㅇ대학'이라는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명절 때 친척들을 만나 '창업' 준비 중이라거나 벤처에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대학 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 대학 관계자는 "창조형 인재 양성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당장 논문 게재 수 등이 대학·교수 평가에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에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 내에서 창조·융합형 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기관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과)융합형 연구를 하다보면 논문 출고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해당 교수들이 다른 교수들과의 평가에서 뒤쳐질까봐 새로운 연구와 교과목 개설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논문 게재수'와 '취업률'이 아니라 발명 특허, 창업 수, 주식시장 등록 수, 졸업생들이 만든 회사의 시가총액 등 다양한 잣대로 대학을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최근 일부 대학 총장들이 "대학이 더 이상 지성만을 가르치거나 취업 준비를 위한 장소가 되서는 안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자성만해서는 안 된다. 대학부터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대학의 커리큘럼과 수업 방식은 30년 전 그대로"라는 모 총장의 고백이 대학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