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APCTP·천문硏, 제5회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워크숍' 동행 취재

과학은 이 땅의 많은 대중문화·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줄까. 이 해답을 찾는 다섯 번째 '의미 있는 시도'가 이어졌다. 기자는 지난 14일~16일 사흘간, 충북 단양 해발 1300미터(m)에 위치, 파릇한 초원 능선이 펼쳐진 소백산천문대에서 '제5회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워크숍' 전 일정을 동행 취재했다.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와 한국천문연구원이 주최한 이 행사는 2009년 2월부터 시작됐다. 첫 번째 워크숍에서는 SF작가 10명이 초청받았고, 이은 행사에선 만화작가 10여명이 과학강연을 받았다. 참가자 중 만화 '이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는 과학강연을 듣고 난 후 청춘남녀의 마음속 우주이야기를 묘사한 웹툰 '세티'(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외계지적생명체탐계획)를 제작해 화재를 모았고, 이후 이 작품은 TV드라마로도 제작됐다.
가장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로 꼽히며, 국가가 매년 최대 10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스타과학자' 김빛내리(서울대 생명과학부 RNA생물학연구실) 교수. 그는 시간이 허락할때마다 문화 전시행사장을 찾는다. 단지, 바람을 쐬러 가는 정도가 아니다. 연구의 창의적인 발상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이들의 '딴짓(?)'엔 특별한 목적이 있다. 성공 열쇠를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해 보이는 곳으로의 '유쾌한 일탈'을 통해 찾고자 노력한다는 거다.
◇전국서 몰려든 참가자 면면 들여다보니…
이번 행사에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각기 다른 직업군의 참가자 총27명의 면면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 씨, 그는 첫 시간 자기소개 때 "지금 '100년에 한 번 깜빡이는 LED' 등 사소한 것에 연속성을 부여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심오하고 철학적인 아우라(aura)를 발산했다.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인 '세티 코리아'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이명현 씨. 그는 홍대 상상마당에서 '과학자가 읽어주는 문학'이란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현역 작가들도 가서 들어볼 정도로 흥행성과가 좋다.
'관능의 법칙'(2014년), '싱글즈'(2003년) 등을 연출한 권칠인 대표, 그는 국립과천과학관 우주체험관 전시영상을 제작한 경험이 인연이 돼 참여했다. 어른을 위한 만화잡지를 2월에 창간하고, 만화평론가로 활동중인 백정숙 씨. 그는 만화 그리는 것만 빼고 다 할 줄 아는 만화계 대모다.
강의실에선 선 굵은 중장년의 목소리도 퍼졌다. 천체사진가로 활동중인 황인준 씨다. 그는 여의도 증권맨에서 대기업 플랜트건설 국제영업 전문가, 온라인 저작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 대표 등 안 해본 일이 없는 지식융합형 인재였다. 그는 올 하반기, 12년간 촬영한 200여장의 천체사진을 모두 묶은 책자를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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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설국열차' 과학자문으로 참여한 바 있는 김보영 소설가도 자리를 함께 했다. 판타지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프로듀서로 활동한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과 '제주도 공중부양 사건'이란 독특한 영화를 기획 중인 김형옥 크리에이티브 문어 대표도 참여했다. 초청연사인 한국천문연구원 송용선 박사는 자정을 훌쩍 넘긴 술자리에서 대학로 연극배우 경력을 털어놔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과학과 소통' 어떻게 생각하나 물었더니…
기자는 참가자들에게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바쁜 프로그램 일정을 소화하던 참석자들이 잠깐씩 솔직해졌다.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면서 시선을 모았다.
출판사 '사월의 책' 안희곤 대표는 "'과학의 대중화'는 10년, 30년 전에도 나온 얘기다. 하지만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그러면 '대중의 과학화' 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 이 부분에 굉장히 동감을 느낀다. 특히 대중의 과학화는 출판사업이 꼭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 과학 분야에 책을 낸다면 '과학철학'과 관련된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준 미디어아티스트는 강의 첫날 느낀 흥분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상기돼 있었다. 그는 "이공계 대학에서 결코 들을 수 없는 명강연이었다. 특히 철학적인 질문과 연결된 내용이 많아 좋았다"고 평했다.
이어 "무엇이 내게 도움이 될까. 그렇게 생각하면 망한다. 평소 흥미로운 주제가 있는 곳에 가고 싶었다. 여긴 과학기술 문화·예술 서로가 서로에게 구체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자는 게 아니라 그저 흥미로운 점을 서로 제시하는 것이라서 좋았다. 여기서 자신만의 흥미포인트 하나 건졌다면 그것으로 만족할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움직이는 예술 '키네틱 아트' 전문가인 신승연 작가는 "과학과 문화의 융합, 그것은 다시 말해 받아들이는 대중입장에서 예술을 바라보면서 과학을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속에서도 아름답고 지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대중들은 예술작품을 통해 과학의 참목적을 바라보는 작용들이 일어난다. 과학적인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과학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 질문은 성언창 소백산천문대장이 받았다. 그는 "가장 난감함 질문이 ‘과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거다. 과학자들도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정도를 생각한다, 다만, 과학자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김범준 교수님의 강연 때 모든 데이터가 직선 형태 그래프로 그려질 때 일반인들은 그것으로 땡이지만 과학자들은 '바로 저거야' '야! 멋있다' 그렇게 표현한다. 재료가 다를 뿐 표현방식은 똑같다"고 말했다.

김보영 작가는 "문학에서 과학지식이 도움 될 때가 있다. 큰 방향을 잡을 때 이때는 문학하는 사람들도 이성을 쓴다. 하지만 실제 작업에 들어갔을 때 이성을 쓰는 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예컨대 '생명'이라고 할 때 정답을 알아야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쓰는 동안 생명이란 주제가 내 인생 전체와 연관돼 있어야 한다. 그런 점을 (과학자들이)이해해 준다면 소통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창석 경희대 문화관광콘텐츠학과 조교수는 "과학과 문화가 만나는 접점인 SF에는 큰 변화가 있는 시점이 항상 있었다. 파리 세계박람회 등 과학과 사람이 만난 쇼킹한 장소가 있었고, 그 이후에 사이언스픽션이 굉장히 발달했다. 2차대전, 베트남 전쟁 이런 일련의 변화들로 과학과 대중이 ‘이제껏 내가 알던 과학이 아닌 데’라는 터닝포인트가 생겼다. 그것을 통해 문학계도 변화하는 각종 패턴들이 존재했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 왜 모였을까? 과학과 대중이 갈라지는 쇼크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이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