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내 첫 IT 역량평가 '탑싯' 수험장 가보니…

[르포]국내 첫 IT 역량평가 '탑싯' 수험장 가보니…

류준영 기자
2014.06.02 06:00

31일 전국 44개 고사장 실시 3054명 접수…"SW분야 너무 치중" 전공 맞춤별 평가되어야

IT역량평가 '탑싯'(TOPCIT)의 첫 시험이 치뤄질 한양대 정보통신관 수험장에서 현장 기술감독관리관이 응시장 컴퓨터를 점검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IT역량평가 '탑싯'(TOPCIT)의 첫 시험이 치뤄질 한양대 정보통신관 수험장에서 현장 기술감독관리관이 응시장 컴퓨터를 점검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31일 오전 9시, 몽롱한 졸음기를 매단 채 움직이는 응시생들이 하나 둘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시험칠 준비를 했다. 자리가 듬성듬성 비어 얼추 결시생이 3분의 2는 되어보였다. 현장 시험 감독관리자는 "무료 응시라서 그런지 접수만 해놓고 안 오신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중에는 컴퓨터기반 테스트(CBT·Computer-Based Test)란 점을 현장에 와서야 확인하고, 편의점서 사온 컴퓨터용 사인펜을 꺼냈다 도로 가방에 넣는 응시생도 보였다. 서울 한양대에서 공식 데뷔전을 30분 앞둔 '탑싯(TOPCIT)'의 수험장 풍경이다.

탑싯은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SW) 개발자의 현장 업무수행 능력을 진단·평가하기 위해 올해 첫 도입됐다.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취지이며, 실제로는 기업의 경력직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자 정부가 변별력 있는 역량평가 도구를 도입해 신입직 채용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제1회 탑싯 정기평가에는 총 3054명이 접수했으며, 시험은 이날 전국 44개 고사장, 107개 고사실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접수자 절반 이상(68%)이 ICT 관련 전공 학생이며, 업계 종사자는 23%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 응시자는 서울·경기 지역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대전, 부산 순이었다.

기자는 한양대 정보통신관에서 치러진 제1회 탑싯에 직접 응시해 난이도와 출제경향을 알아보고, 응시생들의 반응도 함께 들어봤다.

IT역량평가 '탑싯'(TOPCIT) 응시장 안내판이 부착된 한양대 정보통신관/사진=류준영 기자
IT역량평가 '탑싯'(TOPCIT) 응시장 안내판이 부착된 한양대 정보통신관/사진=류준영 기자

◇상중하 난이도 적절 분배

마우스로 '딸깍', 테스트 시작버튼을 눌러 가장 배점이 높은 문제부터 우선 살펴봤다. '인사관리시스템 구축 담당자 김 대리가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개발자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활용하려고 한다. 보기 중 적합지 않은 것을 선정하고, 이유를 2가지만 작성하라'는 문제의 보기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네이버 웍스(Works)'가 제시됐다. IT시장에 나온 기업·개인용 상품·서비스를 알면 풀 수 있는 상식 수준의 출제문항도 있었던 반면 '고객관리시스템 재구축을 위해 현재 관리시스템과 시스템 담당자 인터뷰를 참고해 백업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하라'처럼 실제 업무 환경을 고려한 고난위도 문제도 나와 머리를 싸매게 했다.

총 65개 문항(1000점 만점)은 △SW △네트워크 및 보안 △IT비즈니스 △테크니컬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관리 △융합영역 등 6개 분야로 나눠져 출제됐다. 이중 SW 문제 수가 다른 영역보다 2~3배 이상 많았다. 문제는 객관식과 단답형, 서술형, 수행형 등으로 나뉘어져 일단 구성면에선 응시자들의 능력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로 충분해 보였다.

◇ "개선·보완점 필요" VS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제도"

시험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공군 전산장교로 복무중이라는 A씨는 "군의 IT기술을 포괄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시험"이라며 "올해부터 정보통신 학사장교 특별전형 선발 시 이 시험 등급을 반영한다고 들었는 데 좀더 개선·보완될 때까지 도입시기를 뒤로 늦추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지적했다.

긴장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의 변모(고려대 컴퓨터통신공학 3년)씨는 "전공은 데이터베이스(DB)인 데 관련 문제는 1~2개에 불과했고, 대부분 SW 분야로 지나치게 편중된 느낌"이라며 "시험 배점이나 문제비율을 응시자 전공에 맞춰 A타입 B타입 등의 형태로 제시하는 '맞춤형 시험'제도로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대학원생 김모(아주대 SW학과)씨는 "IT 전반을 다루다 보니까 집중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긴 했지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교육 커리큘럼이 대학서도 이뤄져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대학의 일반 정기교육과정을 거친 학생이라면 시험에 60% 정도는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응시자 중엔 아직 우리나라 말이 서툰 중국유학생도 눈에 띄었다. 그는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관련성이 깊어 벤치마크하러 온 것"이라며 "중국에서도 이런 종류의 테스트가 있거나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정보통신관 복도에서 바라본 IT역량평가 '탑싯'(TOPCIT) 응시장/사진=류준영 기자
한양대 정보통신관 복도에서 바라본 IT역량평가 '탑싯'(TOPCIT) 응시장/사진=류준영 기자

이공계 대학생들에겐 토익(TOEIC)과 더불어 또 하나의 스펙쌓기가 아니냐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만난 응시생들은 탑싯 도입을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대학생 B(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4년)씨는 "IT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리젠테이션 면접평가 등은 지극히 평가자 주관이 반영될 가능성이 커 공정한 평가로 보기 힘들다"며 "준비하기 힘들어도 대학간판에 구애받지 않고 내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시험제도"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래부는 LG전자와 더존IT그룹, 아시아나IDT, 한글과컴퓨터 등의 ICT, 기업, 기관에서 탑싯을 인재 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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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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