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硏 가보니…R&D 중심축 'HW→SW'로 이동

전기硏 가보니…R&D 중심축 'HW→SW'로 이동

창원=류준영 기자 기자
2014.11.24 06:13

[르포] 전력계통운영·풍력발전단지 운영제어시스템 국산화 잇단 성공

지난 21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국전기연구원(이하 전기연). 정문을 들어서니 자기부상열차에 필요한 초전도 금속을 테스트 중인 '초전도연구동', 원전 4기 발전량에 맞먹는 4000MVA급 대전력시험설비 '대전력시험동', 인공낙뢰 실험장인 '고전압시험동', 총 건축연면적(6400㎡)이 축구장만한 '전기선박육상시험소' 등 천장이 아파트 4~5층 정도 높이에 가까운 거대 연구동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수많은 고압 전기선과 변전기 등 전력설비용 부품들로 가득 들어찬 초대형 연구동은 이날 미래창조과학부 출입기자단 팸투어(Fam Tour)의 주요코스가 아니었다.

견학의 주인공 격인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풍력발전단지 운영제어시스템'은 본관동 대회의실과 10~20평 남짓한 대학 랩(Lab, 연구실)을 연상케하는 케이블시험동 등 좁은 사무실에서 마주했다. 서버와 스토리지 수어대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것을 비롯해 수치와 막대그래프로 가득찬 각종 모니터 화면을 본 게 전부다.

실망감이 표정에 나타난 탓일까. 분위기를 읽은 명성호 전기연 선임연구본부장은 대뜸 "국가별로 기술격차가 좁혀지면서 연구 거대시설을 통해 자국 기술력을 뽐내던 시절은 이미 갔다"며 "앞으로 전세계 전력분야 R&D(연구개발) 경쟁은 하드웨어(HW) 보다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연은 최근 전력계통을 움직이는 두뇌 역할을 하는 EMS와 대용량 풍력발전단지에 필요한 운영제어시스템 국산화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전기 SW 특화 연구원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차세대 EMS가 구축돼 전력계통을 움직이고 있는 모습/사진=전기硏
전력거래소에 차세대 EMS가 구축돼 전력계통을 움직이고 있는 모습/사진=전기硏

◇전력수요 1억kW 시대, '토종 상용 EMS'로 대비

전기연이 개발·구축한 차세대 상용 EMS는 "인간이 개발한 시스템 중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으로 불린다. 그만큼 기술개발 과정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EMS는 전력공급을 24시간 운영·관리하는 전력관제센터용 SW로 해외 기술 의존도가 특히 높은 분야였다.

토종 EMS는 총 375억원의 예산과 순수 개발기간만 약 8년이 걸렸다. 계통해석(Network Analysis, NA)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맡은 LS산전과 시각화시스템 개발을 책임진 한전 KDN, 관련 전산설비 구축을 주도한 바이텍정보통신 등이 전기연과 함을 합쳐 이뤄낸 결과물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5번째로 자체 기술 상용 EMS로 전력망 운영에 성공한 국가로 기록됐다.

명성호 본부장은 "EMS 발전응용프로그램을 한국전력거래소 나주본사(10월 6일)와 천안 후비급전소(이달 6일) 계통운영에 본격 적용했다"며 "토종 EMS가 기존의 비싼 외산 EMS를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엽 전기연구원장은 "이번에 개발한 EMS는 전력수요 1억kW 시대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전력거래소 EMS 운영 실적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러시아 등에 수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풍력발전단지 운영제어시스템을 김종율 박사가 설명하고 있다/사진=전기硏
풍력발전단지 운영제어시스템을 김종율 박사가 설명하고 있다/사진=전기硏

◇'풍력발전단지 통합제어시스템' 제주도에 실적용 협의

대체에너지인 풍력 발전은 기상상황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불규칙해 그간 상용화가 어려웠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 국가별로 풍력발전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엄격한 계통연계기준(Grid code)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풍력발전단지 출력을 기존 화력·수력발전기처럼 사람이 임의로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필요한 수요만큼 제때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기술적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발전단지내 개별 풍력발전기와 에너지저장장치를 이용해 풍력발전단지의 출력을 순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상위통합제어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을 전기연 차세대전력망연구본부 김종율 박사팀이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100MW 이하 규모 풍력발전단지를 통합운영할 수 있는 운영제어시스템이다. 전기연 측은 "현재 제주도내 풍력발전단지를 대상으로 실적용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이 주목받는 이유는 풍력 뿐만 아니라 태양열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 생산·개발단지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열 수 있는 건 아니다. 앞으로의 연구과제가 많다. 김 박사는 "풍력발전력 예측 등 관련 기술의 병행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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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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