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 제대로 가고 있나]인프라·IT업체 경쟁력 해외시장서 경쟁 충분하다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왕 하는 것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다른 것도 아니고 돈이 오가는 것인데…." IT(정보기술) 업계와 금융권 최대 화두인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IT업계 관계자 얘기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해 온 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플랫폼을 구축하는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과 실사업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물밑 접촉이 한창이지만 머리를 맞대도 해소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형식적인 제약 요인은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은행이 안착하기 위한 실무적인 제약이 남아있다는 점에서다. 거래 인증, 보안, 개인정보보호 등 실제 은행 운영에 있어 핵심이 되는 부분에 대한 세부 규정이 안착되지 않고선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거래인증·보안 규정 등 실무 세부규정 마련 서둘러야" 한 목소리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 특징은 비대면 거래다. 특성상 비대면 실명 확인을 허용하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어렵다. 금융위는 지난 5월 다양한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올해 12월 중 유권해석 변경을 통해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비대면 실명확인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만 정작 실질적인 거래를 위한 인증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공인인증서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명의도용이나 음성 거래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대형 ICT업체 관계자는 "공인인증서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인데 여전히 이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라며 "앞으로 인터넷환경은 물론 거래환경이 변화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거래인증에 대한 대안이 얘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안 규정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당국은 업체들의 다양한 보안기술을 자발적으로 채택해 사용하라는 입장이다. IT회사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반기고 있지만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법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결국 보안으로 인한 최종 책임은 소비자들에게 떠넘겨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 중인 업체 관계자는 "보안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CEO리스크'로 다가오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이 사후적 보완을 강조하고 있지만 처음 시도하는 분야의 사업초기 단계에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뒷받침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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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이슈에 있어서도 ICT업계는 답답하기만 하다. 금융위가 앞서 신용정보법상 신용정보의 대상에서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의 정보를 제거한 '비식별화된 신용정보'를 고객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지만 국회가 제동을 걸고 있다. ICT업계 관계자는 "'맞춤형 서비스'를 추구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서 빅데이터 활용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현재로선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 중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10~11월 심사를 거쳐 12월에 예비인가를 통해 1~2개 시범은행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시범인가'라고 못을 박았지만 어찌됐든 인가를 받은 후에는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업계에선 후발업체는 물론 해외 시장과의 격차만 벌릴 뿐이어서 시범인가 사업자 대상 숫자를 늘려줄 것을 원하고 있다.
◇"결국엔 플랫폼 싸움"…질 좋은 인프라·수준 높은 IT서비스 등 韓강점 살려야
해외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한국 IT업계를 둘러싼 제반 상황과 국내 업체들이 가진 강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승부를 겨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현재 국내 IT환경을 둘러싼 인프라는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됐을 시기와 비교하면 상당한 궤도에 올라있다. 국내 IT 및 유통업체들이 내놓는 결제 관련 각종 서비스 수준은 해외시장에서 눈독을 들일 정도로 높다. 다음카카오가 대표적이다.
다음카카오는 케냐의 엠페사(M-Pesa)와 비교되는 모델로 거론된다. 케냐 전체 인구의 43%에 달하는 고객이 이용하는 P2P대출 업체 엠페사는 섭립주체인 이동통신사의 고객을 기반으로 시작해 비교적 빨리 성공을 거둔 사례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메신저 비중 8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다음카카오는 엠페사와 유사한 성공 포인트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 간 경쟁이 결국 플랫폼 싸움으로 귀결될 것이란 점에서 ICT업계에서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금융위는 설립 초기 비용을 감안해 설립인가 과정에서 전산설비 외부위탁을 허용할 방침이다. SK C&C, LG CNS 등 기존 금융권 IT구축 경험이 있는 ICT업체들은 인터넷전문은행 플랫폼을 마련하고 제휴,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용준 SK C&C 프리미엄서비스팀 부장은 "인터넷을 통한 거래 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인프라를 비롯해 IT서비스 수준, 플랫폼 구축 능력은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 있다"며 "이는 해외 업체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한국은 좀 더 줄여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