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내 연구팀이 매우 적은 양의 바이러스 RNA(리보핵산)까지도 바로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11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은 강태준 바이오나노연구센터 박사팀이 박광현 생명연 중대질환융합연구단 박사·우의전 바이오디자인교정연구센터 박사와 공동으로 새 CRISPR(크리스퍼)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핵산 연구'에 지난달 24일 온라인 게재됐다.
PCR 방식의 바이러스 진단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여러 번 복사하는 '유전자 증폭'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문 장비와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데다 검사 시간도 길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크리스퍼 효소인 'Cas12a2'에 집중했다. 크리스퍼는 세균과 고균의 유전체에 있는 특정한 유전자 서열 구조를 말한다. 크리스퍼를 활용해 유전자에서 원하는 부위를 정교하게 자르고 편집하는 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다.
연구팀은 크리스퍼 효소가 바이러스를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 하나씩 확인해, 효소가 가장 잘 작동하는 조건을 찾았다.
Cas12a2의 가장 큰 장점은 적은 양의 바이러스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러스 RNA를 두 번에 걸쳐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특성 탓에, 엉뚱한 신호에 속을 가능성도 적다. 또 목표를 찾으면 주변 분자를 빠르게 여러 번 자르는 성질이 있어 아주 약한 신호까지도 세밀하게 포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11가지 도구(crRNA)를 만들었다. crRNA는 크리스퍼 효소가 표적 유전자를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종의 가이드다. 그 결과 서로 다른 네 가지 도구를 함께 사용할 때 민감도와 정확성이 가장 높았다. 이를 통해 기존의 1000분의 1 수준인 극미량 바이러스도 검출할 수 있었다.
다양한 코로나19 변이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알파·델타·오미크론 등 26종의 변이를 모두 정확히 검출했다. 감기를 일으키는 일반 코로나바이러스·독감·메르스 등 다른 바이러스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목표 바이러스만 골라내는 높은 선택성이 확인된 것이다.
병원에서 확보한 245건의 환자 검체에 적용한 결과 PCR 검사와 민감도·특이도 측면에서 100%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어진 40건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모든 시료를 정확히 판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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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박사는 "유전자 증폭 없이도 바이러스 RNA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미가 크다"며 "독감, 항생제 내성균 등 다양한 감염병을 진단할 수 있도록 기술을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융합사업, 생명연 주요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