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래프톤(243,500원 ▼4,000 -1.62%)을 둘러싼 원(ONE) IP(지식재산) 리스크가 재차 불거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로열티 매출이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대표 게임인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펍지)'의 인기를 위협하는 신작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크래프톤은 여전히 M&A(인수합병), 퍼블리싱을 통한 기회를 모색하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실적 발표 직후부터 이날까지 약 한달 간 증권사 10곳 이상이 크래프톤의 목표주가를 줄하향했다.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크래프톤 신작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굳건했던 핵심 IP, 배틀그라운드(PUBG, 이하 펍지)를 뒤쫒는 경쟁 게임들이 나타난 여파다. 크래프톤 주가도 1년내 최저가 수준에 근접했다.
실제 전날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 따르면 12월 첫째주(12월2~9일) 펍지는 글로벌 톱 셀러 차트 6위를 기록했다. 7위가 EA의 신작 '배틀필드6'로 펍지 뒤를 바짝 쫓았다. 특히 출시 한달여 된 넥슨의 신작 '아크 레이더스'는 글로벌 톱 셀러 3위를 차지, 세계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아크 레이더스는 최근 게임업계 최고 권위상인 TGA의 최고 멀티 플레이어 게임부문에서 수상을 하며 최단기간 수상기록을 쓰기도 했다. 이들 세 게임은 모두 슈팅게임 장르로, 펍지와 라이벌 구도를 이룬다.

펍지 핵심 매출 기반인 중국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펍지를 중국에 '화평정영'으로 서비스하는 퍼블리셔, 텐센트가 낸 신작이 펍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펍지는 12월 첫째주 스팀에서 중국 톱 셀러 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텐센트의 신작 '델타포스'가 8위, EA의 배틀필드 6가 10위로 펍지의 뒤를 쫓고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델타포스 모바일 매출 순위가 화평정영을 위협하고, 배틀필드6가 스팀 트래픽 상위권에 진입해 PUBG PC 역시 경쟁 심화 리스크가 불거졌다"고 평가했다. 최승호 DS증권 연구원도 "델타포스,발로란트 모바일의 등장이 PUBG 모바일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캐시카우가 돼 줄 '제2의 펍지'는 부재하다. 서브노티카2, 팰월드모바일 등이 출격 대기 중이지만 M&A 과정에서 소송전에 휘말려 기대감이 낮아졌다. 최 연구원은 "회사가 단행한 대부분의 M&A가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6000억원으로 인수한 서브노티카 개발사 언노운 월즈는 전 CEO들과 법적분쟁에 휘말렸고, 최근 인수한 라스트에포크 마저도 잡음이 있어 인수기업들의 성과가 부진한 상태"라고 짚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게임 경쟁강도가 강화되고 있고 AI 시대적 변화 속에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펍지의 트래픽과 매출 자연감소 리스크는 상존한 사안이고, 지속 성장을 위해 IP 다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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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은 AI, 해외 퍼블리싱 두 가지 키워드를 내세워 성장을 도모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위기 타개를 위한 거물급 영입과 동시에 사실상 희망 퇴직 형태인 '자발적 퇴사'를 도입해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넷마블의 AI 사업을 이끌었던 설창환 넷마블 전 부사장을 영입해 스튜디오 서포트 본부를 맡긴 것, 최근 두달 새 삼성 출신 보안 전문가 박재철 CSMO(최고안전책임자)와 삼성의 글로벌 PR을 맡았던 임보미 디렉터를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 등이 위기감에서 비롯된 채용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엔 오진호 전 라이엇게임즈 사업총괄 대표와 로버트 리 블리자드 코리아 전 사장을 각각 크래프톤 CGPO(최고퍼블리싱책임자), 기업부사장(CVP)으로 영입하며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 강화에 나섰다. 다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아직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은 시행하지 않고 안내만 한 상태"라면서 "(우리가) 배틀로얄 장르를 대중화시킨 원조인만큼 인기를 공고히 해 나갈 것이고 글로벌 퍼블리셔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