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치고 노루모, 원비디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유명한 약이었다. 씨름선수 이준희, 강호동. 천하장사 이만기와 함께 80~90년대를 주름잡았다.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일양약품이 만든 약이거나 후원한 선수들이다. 90년대만 해도 일양약품은 한창 잘 나가던 제약사였다. 매출액 기준 업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의약품 중심으로 바뀌는 제약산업 패러다임을 읽지 못해 오늘날 20위권 밖으로 밀렸다.
일양약품은 최근 몇 년 간 신약개발에 매진하면서 재기를 꿈꾸는 듯 했다. 그러나 일양약품 경영진 의식 수준이 여전히 90년대 모래판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얼마 전 드러났다. 2월 공시된 2017년 실적 공정공시에서다.
일양약품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음에도 순이익이 1년만에 반토막 났다. 설명이라곤 '법인세 외 추가납부 등으로 인해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한 줄이 전부였다. 단순히 법인세만으로 순이익이 120억원(2016년)에서 57억원(2017년)으로 추락한다는 건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의문은 최근 나온 감사보고서에서 풀렸다. 연구개발비 가운데 아직 임상 중이거나 개발 초기 단계인 프로젝트 개발비(자산)를 손상차손 처리한 게 원인이었다(관련기사☞ '[단독]일양약품, 금감원 감리에 개발비 '손상'처리… 순익 반토막'). 금융감독원이 예고한 테마감리에 스스로 지금까지 회계처리가 투명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셈이다. 정작 일양약품이 내세운 법인세는 재작년보다 고작 10억원 는 게 전부였다.
일양약품은 2월 공정공시에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했다. 일양약품이 모르는 게 있다. 주주들은 '위법성 여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느낀 첫 감정은 '일양약품이 자신들과 소통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을 우습게 보고 기만했다는 분노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양약품 경영진의 일방통행식 경영은 새삼스럽지 않다. 일양약품은 2000년대 초반 경영 승계를 앞둔 3세 정유석 전무 병역특례를 위해 계열사까지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IT 계열 칸테크가 병역지정업체로 지정되자 정 전무가 여기서 근무하고 정 전무 병역이 해결되자 병역지정업체 허가를 포기했다는 게 근거다. 정도언 회장이 아들 병역특례에 주주들의 재산(칸테크는 일양약품이 지분 80.2% 보유)을 함부로 다뤘다는 비판은 충분히 나올 법하다.
소통의 시대에 귀를 닫은 채 상장 회사와 계열사들을 온전히 정도언 회장 일가의 것이라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신약개발에 앞서 반성이 필요한 시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