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기능 떨어진 암환자에도 희망이…'면역항암제' 효과 최초 확인

간 기능 떨어진 암환자에도 희망이…'면역항암제' 효과 최초 확인

박정렬 기자
2025.07.22 10:29

[박정렬의 신의료인]
이재준 교수팀, 간 기능 저하 환자(CPS 7) 대상 첫 정밀 예후 분석
치료 사각지대 간암 환자에 희망… 면역항암제 치료 가능성 열려

국내 연구진이 간세포암(간암) 환자 가운데 간 기능이 일부 저하된 환자에게서도 면역항암제 치료가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재준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권정현·이순규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2일 '면역항암제 치료 간암 환자 중 CPS 7점 예후 분석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국내 7개 대학병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이하 Ate/Bev) 치료받은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다기관 연구를 수행했다.

Ate/Bev는 진행성 간암 환자에서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향상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차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간 기능 지표인 CPS(Child-Pugh Score) 5~6 환자에 한정돼 이보다 떨어진 CPS 7 환자에 대한 임상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Ate/Bev 치료받은 간암 환자 37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CPS 5 환자 169명, CPS 6 환자 105명, CPS 7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삼아 치료 예후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CPS 7 환자 중 일부는 CPS 6 환자군과 유사한 생존율과 무진행 생존 기간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총 빌리루빈 수치 2mg/dL 미만 △혈청 알부민 수치가 2.8~3.5 g/dL △이뇨제로 조절할 수 있는 경증 복수 상태 △간성 뇌병증이 없는 경우에 효과를 보였다.

다만 이처럼 조건이 좋은 '예후 양호군(favorable CPS 7)'과 달리 조건을 갖추지 못한 예후 불량군(unfavorable CPS 7)은 생존 지표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열세를 보였다. 치료 반응률(ORR)과 질병 조절률(DCR) 또한 예후 양호군에서 더 높게 나타나, 선별된 CPS 7 환자군에서 Ate/Bev 치료의 유효성을 뒷받침했다.

/사진=은평성모병원
/사진=은평성모병원

이번 연구는 간암 환자 치료에서 CPS 7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역항암제 치료를 배제해 온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간 기능의 세부 지표를 기반으로 환자를 보다 정밀하게 분류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Ate/Bev 치료의 적응증 확대 가능성을 시사해 향후 치료 패러다임 전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준 교수는 "기존에는 면역항암제 사용이 제한된 환자도 간 기능의 구성 요소를 면밀히 분석하면 치료 가능성과 생존 혜택이 있는 환자를 선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 말했다.

이순규 교수는 "그간 근거가 부족했던 CPS 7 환자에 대해 국내 다기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임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행하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Clinical Cancer Researc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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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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