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렬의 신의료인]

불면증 환자에서 이산화탄소 노출이 수면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최초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수면 시간을 늘리는 등 수면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이달 초 열린 정기학술대회에서 배효은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의 '이산화탄소 노출이 불면증 수면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엔벨롭 분석을 이용한 연구'를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논문은 배 교수와 박인성 일본 츠쿠바대 교수(공동저자),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교신저자)가 참여했다.
불면증은 흔한 수면 장애로 △잠들기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너무 일찍 깨는 등 수면 문제가 나타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는 2020년 100만명을 넘어서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0대 이상 중·노년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흔히 쓰는 수면제는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낙상, 주간 졸음, 인지 장애, 섬망(정신이 흐려짐)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나이 들수록 꺼리는 경우가 많다. 자주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고 끊을 경우 불면증이 심해지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주목받아온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다. 배효은 교수는 "잠들기 전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모색되어 온 불면증 치료법"이라며 "이산화탄소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진정 작용을 한다는 것이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불면증 환자가 혈중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은 경우(고탄산호흡 유도군) 주관적인 수면 개시 시간이 빨라졌다는 점이 연구로 확인됐다. 동물 실험에서 이산화탄소의 노출이 수면 유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나왔다. 하지만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수면 개시와 유지 측면에 이산화탄소 노출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한 임상 연구는 없었다.

이에 배 교수는 무작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교차 시험으로 이산화탄소의 불면증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PSQI) 5점 이상인 35~65세 불면증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설계했다. 참가자, 수면 전문가가 모두 누가 연구에 참여했는지 모르는 상태로 분석을 진행해 객관성을 확보했다.
이번 연구에서 실험군은 국내 회사 '고슬립'의 '슬립에어'를 통해 2% 저농도 이산화탄소에 노출됐고, 대조군은 이산화탄소가 포함되지 않은 실험 방에서 잠을 잤다. 실내 온도(24.5~25.5도), 상대습도(45%), 소음(35~55dB) 등 나머지 조건은 동일하게 맞췄다. 대상자에게 수면다원검사를 2주 간격으로 두 번 진행해 수면의 질을 평가했다.
배 교수는 세부적인 수면 상태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기존의 수면다원검사 분석 외에 뇌파를 분석하는 기법인 'CVE'를 적용했다. 그는 "수면 연구에서 CVE가 깊이와 안정성을 반영한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많다"며 "CVE 분석으로 숙면 중 나타나는 '델타파'의 안정성을 평가하고, 추가로 형태학적 변화를 정량적으로 모니터링해 다른 방법으로 감지할 수 없는 수면의 변화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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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이산화탄소 노출군은 총 수면시간(TST)이 평균 311분으로 대조군(평균 287.2분)에 비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총 각성 지수(TAI)는 각각 시간당 평균 19.7분과 24분으로 짧았다. CVE 분석 결과 두 그룹은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지만, 델타파 진폭과 CVE 밀도를 고려할 때 실험군이 CVE는 더 낮고 델타파 진폭은 더 큰 경향성이 나타났다.
배효은 교수는 "이산화탄소 노출이 수면 개시보다 유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라며 "대상자 수가 다소 작은 점, 기간이 짧은 점 등은 이번 연구에 한계라 볼 수 있지만, 불면증 환자에서 이산화탄소 공급이 수면 안정성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조사한 첫 번째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