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의료 외래, 진행 암 환자의 '사망 전' 응급실 의존도 낮춰

완화의료 외래, 진행 암 환자의 '사망 전' 응급실 의존도 낮춰

박정렬 기자
2025.07.30 13:59

[박정렬의 신의료인]
서울대병원, 완화의료 외래 후 진행 암 환자의 응급실 이용 특성 분석
완화의료 외래 개입 한 달씩 빨라질수록 임종기 응급실 방문 가능성 16%↓

외래 기반의 완화의료가 진행 암 환자의 임종기(사망 전 1개월 전) 시기 응급실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화의료 외래로 의뢰된 시점이 한 달씩 빨라질수록 임종기에 응급실을 방문할 확률이 16% 감소했다. 증상 관리와 응급 상황에 대비한 교육 등이 불필요한 응급실 이용을 줄이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도울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진행 암 환자는 통증·호흡곤란·전신쇠약 등으로 응급실을 자주 방문한다. 기존 보고에 따르면 진행 암 환자의 절반가량(45%)이 임종기에 응급실을 찾는다. 그러나 응급실은 고강도 치료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 임종기 환자의 '돌봄 장소'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완화의료 외래로 의뢰된 시점에 따른 임종기 응급실 방문 및 재방문 횟수. 사망 전 1개월 이내 완화의료 외래로 의뢰된 환자의 방문 및 재방문 횟수가 가장 많고, 의뢰 시점이 빨라질수록 임종기 응급실 방문 빈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사진=서울대병원
완화의료 외래로 의뢰된 시점에 따른 임종기 응급실 방문 및 재방문 횟수. 사망 전 1개월 이내 완화의료 외래로 의뢰된 환자의 방문 및 재방문 횟수가 가장 많고, 의뢰 시점이 빨라질수록 임종기 응급실 방문 빈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사진=서울대병원

최근 주목받는 완화의료 외래는 진행 암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증상 조절,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및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돌봄 계획 수립 등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말기 이전부터 환자의 가치관과 선호에 따라 치료 방향을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 서비스다.

효과는 강력하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정예설 교수팀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완화의료 외래로 의뢰된 진행 암 환자 3560명을 대상으로 응급실 이용 양상을 분석한 결과, 완화의료 외래 후 4명 중 1명이 응급실에 방문했고, 임종기에는 10명 중 1명이 응급실을 찾았다. 앞서 보고된 임종기 응급실 이용률(45%)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완화의료 외래가 조기에 이뤄지면 임종기 응급실 의존도가 감소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응급실 방문 및 재방문 횟수는 사망 전 1개월 이내에 완화의료 외래로 의뢰된 환자가 가장 많았고 의뢰 시점이 빠를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사망을 기준으로 완화의료 외래 의뢰가 1개월씩 빨라질수록 임종기 응급실 방문 가능성은 1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및 연명의료계획서 미작성자의 절반(51%)은 완화의료 외래에서 이를 작성해 '존엄한 마무리'를 돕는 측면에서도 그 가치를 입증했다.

(사진 왼쪽부터)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정예설 교수
(사진 왼쪽부터)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정예설 교수

연구팀은 완화의료 외래에서의 진료와 상담이 일찍 이뤄질수록 △안정적인 증상관리 △사전 돌봄 목표 수립 △응급 상황 대비 교육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불필요한 응급실 이용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화의료 외래 의뢰 시 '항암치료 예정'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임종기 응급실 방문 가능성이 2.6배 높았는데, 상태 변화에 따라 항암치료 중단 등 적절한 돌봄 계획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서비스만 마련돼 있고 '완화의료' 개념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다. 유신혜 교수는 "더 많은 진행 암 환자들이 말기 상태가 되기 전부터 증상 조절·돌봄 계획 수립 등을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외래 환경에서 완화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인력 구조, 인프라, 수가 체계 등 제도적 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미국의학협회 학술지 'JAMA Network Open'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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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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