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의 내몸읽기]

가을만 되면 쓸쓸함을 넘어 우울감, 무기력감, 식욕 증가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이 적잖다. 전체 인구의 10~20%가 이런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해진다면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닌, 의학적으로 진단·치료가 필요한 계절성 정서장애(또는 계절성 기분장애)일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준형 교수는 "계절성 정서장애는 계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신경생물학적 질환"이라며 "핵심 원인은 '일조량 감소'"라고 설명했다.
계절성 정서장애는 가을에 접어들면서 햇빛의 양이 여름보다 줄어들고, 평소 햇빛에 맞춰 움직이던 우리 몸의 생체시계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햇볕 쐬는 시간이 줄면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든다.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지면 우울감·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는 늘어나면서 잠이 많아지고 무기력해진다. 상대적으로 일조량이 적은 고위도 지역에 사는 사람, 연령이 낮은 사람이 계절성 정서장애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이유로 계절성 정서장애 환자는 잠을 많이 자도 피곤하고, 단맛 음식을 계속 찾으며, 체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김준형 교수는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지고, 2년 이상 똑같은 계절에 반복된다면 계절성 기분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며 "특히 과다수면, 탄수화물 갈망, 집중력 저하와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가을철 우울감·무기력감이 가벼운 경우에는 생활 습관만 잘 관리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가을 날씨가 쌀쌀하다고 신체활동을 줄이기보다는, 햇볕 좋은 날 밖에 나가서 여유롭게 산책하면서 햇볕을 쬐는 시간을 늘리는 게 좋다. 집에 있을 때도 커튼을 걷어 햇볕을 쐬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서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게 도움 된다.

최근 일부 소규모 연구에서 '비타민C가 우울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되면서, 정신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비타민C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 과연 가을에 비타민C를 먹으면 우울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을까.
강북삼성병원 서울건진센터 박성근·정주영 교수 연구팀이 2013~2018년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고 우울 증상이 없는 한국 성인 9만1113명을 대상으로 비타민C 섭취량에 따른 우울 증상의 발생 위험도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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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연구팀은 식품 빈도 설문지를 통해 식사를 통한 비타민C 섭취량에 따라 가장 적게 섭취하는 그룹부터 가장 많이 섭취하는 그룹까지 총 4개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이들을 5.9년 동안 추적 관찰해 우울증 척도(CES-D)를 통해 우울 증상의 발생 위험을 평가했다.
그랬더니 비타민C를 가장 적게 먹는 그룹보다 그 이상 비타민C를 먹는 어떠한 그룹에서도 유의미한 수준의 우울 증상 발생 위험의 감소는 관찰되지 않았다. 또 비타민C를 영양제로 챙겨 먹는 사람들도 비타민C를 영양제로 챙겨 먹지 않는 사람들보다 우울증 위험에 대한 유의미한 감소는 발견되지 않았다.
박성근 교수는 "비타민C의 섭취량과 우울 증상의 발생 위험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었다"며 "비타민C가 항산화 등 전반적인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정신 건강 개선을 목적으로 비타민C의 효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권고 등은 지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비타민C를 장기간 먹었을 때 효과, 다른 정신 건강 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을철 우울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지속된다면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 계절성 정서장애엔 광 치료(Light Therapy), 항우울제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CBT-SAD) 등이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실제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그중 광 치료는 주로 아침에 30분가량 햇빛과 비슷한 강한 광선을 쬐면서 생체 리듬을 되돌리는 방식의 치료법이다.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우울감을 완화하는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다. 또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우울한 기분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도움 된다.
김준형 교수는 "계절성 정서장애는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는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의학적 질환"이라며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치료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