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역틀' 이름으로 2008년 먼저 도입
장부승 관서외대 교수 "도쿄·오사카 '인력쏠림' 해소 못 해"

의료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당정이 '지역의사제'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일찍이 유사한 제도를 운영한 일본에서도 실패한 정책"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학교 교수는 12일 서울 송파구에서 김경태 성남시의사회장(대한의사협회·의협 감사) 주최로 열린 '지역의사제는 성공할까: 일본의 경험' 주제의 초청 강연에서 "당정이 일본 모델을 참고해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는 일본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 정책"이라며 "일본에서도 10년 넘게 관련 제도가 시행됐지만 도쿄·오사카 등 주요 도심으로 의료인력이 몰리는 현상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는 의료취약지에 의사가 10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해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을 해소하겠단 취지로 마련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다. 앞서 당정은 지난 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지역의사제 도입 추진을 확정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지역틀'(地域枠)이란 이름으로 2008년부터 지역의사제를 도입했다. 각 도도부현과 대학 간 연계를 통해 졸업 후 특정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지자체 내 특정 지역, 특정 진료과목 근무를 조건으로 선발하고 대학·지자체가 장학금을 지원하는 구조다. 지자체 출신을 비롯해 전국에서도 선발 가능하며 졸업 후엔 지자체가 정한 곳에서 지역에서 9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 다만 근무 요건 미충족 상태에서 이탈할 시 매년 이자 10%를 추가해 지원액을 일괄 변제해야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성과를 확인했단 입장이다. 2019~2020년 9707명의 지역틀 정원 출신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중 지정 지역에서 이탈한 이들은 450명(4.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엔 의사 소수 지역에 청년 의사 비율이 늘고 있단 관측도 보고됐단 게 후생성 측 주장이다.
그러나 장 교수는 의사 이탈률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 대비 인프라(기반시설)가 부족한 지방에선 전문성을 높이기 어렵고, 지역의료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입학하는 경우도 적잖단 분석이다. 장 교수는 "복무 요건을 이행하지 않았단 이유로 위약금을 물도록 하는 '처벌' 위주 제도도 장기적 지속이 어렵단 목소리도 높다"며 "전국에서도 인력 선발이 가능하다 보니 본인이 일하게 될 지역의료의 특성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후생성이 2021~2023년 임상연수(인턴) 수료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국가 지원을 받아) 인턴을 마친 이들의 10% 이상이 벌써 지역 이탈 의향을 보였다"며 "이미 4.6%의 인력이 실제 이탈했는데 데이터가 누적되면 이탈률은 향후 더 늘 것으로 본다. 지역은 도쿄·오사카, 진료과목은 방사선과·재활의학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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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의사들은 지역의사제를 필두로 한 정부의 지역·필수·공공의료(이하 지필공) 정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최근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정책 포럼에서도 "특정 개인·직종의 희생을 전제한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 "지원자 미달과 인력 이탈 가능성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 등 반대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반면 국회에선 여당을 중심으로 지역의사제 도입에 힘을 싣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한 조사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관련 설문조사(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지역의사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지역의사제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지필공을 꺼리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단 의견도 나온다. 지방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지역의사제를 잘만 활용하면 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지역 및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정부 투자가 부족하다 보니 의사들은 '비전이 없다'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이미 형성된 게 문제"라며 "앞서 시행 중인 공공임상교수제도 우리 병원은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의사 입장에서 명확한 메리트가 있어야 지필공 정책도 실질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