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지방근무 의무화' 추진에…"지역의사제 먼저 도입한 日도 실패한 정책" 반발

'의사 지방근무 의무화' 추진에…"지역의사제 먼저 도입한 日도 실패한 정책" 반발

홍효진 기자
2025.11.12 15:51

日 '지역틀' 이름으로 2008년 먼저 도입
장부승 관서외대 교수 "도쿄·오사카 '인력쏠림' 해소 못 해"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한 지난 9월1일 대구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한 지난 9월1일 대구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료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당정이 '지역의사제'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일찍이 유사한 제도를 운영한 일본에서도 실패한 정책"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학교 교수는 12일 서울 송파구에서 김경태 성남시의사회장(대한의사협회·의협 감사) 주최로 열린 '지역의사제는 성공할까: 일본의 경험' 주제의 초청 강연에서 "당정이 일본 모델을 참고해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는 일본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 정책"이라며 "일본에서도 10년 넘게 관련 제도가 시행됐지만 도쿄·오사카 등 주요 도심으로 의료인력이 몰리는 현상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는 의료취약지에 의사가 10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해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을 해소하겠단 취지로 마련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다. 앞서 당정은 지난 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지역의사제 도입 추진을 확정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지역틀'(地域枠)이란 이름으로 2008년부터 지역의사제를 도입했다. 각 도도부현과 대학 간 연계를 통해 졸업 후 특정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지자체 내 특정 지역, 특정 진료과목 근무를 조건으로 선발하고 대학·지자체가 장학금을 지원하는 구조다. 지자체 출신을 비롯해 전국에서도 선발 가능하며 졸업 후엔 지자체가 정한 곳에서 지역에서 9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 다만 근무 요건 미충족 상태에서 이탈할 시 매년 이자 10%를 추가해 지원액을 일괄 변제해야 한다.

 장부승 관서외국어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송파구에서 김경태 성남시의사회장 주최로 열린 '지역의사제는 성공할까: 일본의 경험' 주제의 초청 강연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장부승 관서외국어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송파구에서 김경태 성남시의사회장 주최로 열린 '지역의사제는 성공할까: 일본의 경험' 주제의 초청 강연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일본 후생노동성은 성과를 확인했단 입장이다. 2019~2020년 9707명의 지역틀 정원 출신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중 지정 지역에서 이탈한 이들은 450명(4.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엔 의사 소수 지역에 청년 의사 비율이 늘고 있단 관측도 보고됐단 게 후생성 측 주장이다.

그러나 장 교수는 의사 이탈률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 대비 인프라(기반시설)가 부족한 지방에선 전문성을 높이기 어렵고, 지역의료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입학하는 경우도 적잖단 분석이다. 장 교수는 "복무 요건을 이행하지 않았단 이유로 위약금을 물도록 하는 '처벌' 위주 제도도 장기적 지속이 어렵단 목소리도 높다"며 "전국에서도 인력 선발이 가능하다 보니 본인이 일하게 될 지역의료의 특성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후생성이 2021~2023년 임상연수(인턴) 수료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국가 지원을 받아) 인턴을 마친 이들의 10% 이상이 벌써 지역 이탈 의향을 보였다"며 "이미 4.6%의 인력이 실제 이탈했는데 데이터가 누적되면 이탈률은 향후 더 늘 것으로 본다. 지역은 도쿄·오사카, 진료과목은 방사선과·재활의학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한 지난 9월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한 지난 9월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의사들은 지역의사제를 필두로 한 정부의 지역·필수·공공의료(이하 지필공) 정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최근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정책 포럼에서도 "특정 개인·직종의 희생을 전제한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 "지원자 미달과 인력 이탈 가능성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 등 반대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반면 국회에선 여당을 중심으로 지역의사제 도입에 힘을 싣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한 조사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관련 설문조사(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지역의사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지역의사제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지필공을 꺼리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단 의견도 나온다. 지방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지역의사제를 잘만 활용하면 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지역 및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정부 투자가 부족하다 보니 의사들은 '비전이 없다'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이미 형성된 게 문제"라며 "앞서 시행 중인 공공임상교수제도 우리 병원은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의사 입장에서 명확한 메리트가 있어야 지필공 정책도 실질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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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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