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바이오와 노조

[우보세]바이오와 노조

김도윤 기자
2026.04.24 05:23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인천=뉴시스] 홍효식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창사 이래 첫 노조 단체행동이 열린 22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사업장 모습.  2026.04.22. /사진=홍효식
[인천=뉴시스] 홍효식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창사 이래 첫 노조 단체행동이 열린 22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사업장 모습. 2026.04.22. /사진=홍효식

삼성바이오로직스(1,514,000원 ▼47,000 -3.01%) 노조(노동조합)가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의 요구와 경영진의 입장 간 차이가 커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달 1일부터 초유의 노조 파업이란 위기에 맞닥뜨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파업 예고는 그만큼 국내 바이오산업이 성장했단 방증이기도 하다. K-바이오는 글로벌 시장 후발주자라 돈을 버는 기업이 드물었고 노조의 입김이 세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년 수조 원의 이익을 내는 글로벌 최고 수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을 배경으로 노조는 전체 임직원의 약 75%에 달하는 3689명의 조합원을 확보했다. 앞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95.52%를 기록했다. 기업 성장의 과실을 임직원이 함께 누리자는 노조의 주장을 나쁘게만 볼 수 없지만, 일각에선 노조의 요구가 과하단 지적도 나온다. 노조는 임금 인상률 14.3%에 전체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제안했다. 또 노조가 회사 인사에 관여하는 등 사실상 경영 참여를 요구했다.

다만 지금은 누가 더 옳은지를 놓고 따질 때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노조가 내달 대규모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단 사실이다. 노조 파업으로 일부 생산 공정이 중단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민감한 세포의 배양과 정제 등 과정을 다루는 CDMO 특성상 제조 공정의 일시적인 가동 중단은 구조적인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정 중단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 규모를 약 64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생산 적기를 맞추지 못한 데 따른 고객사 위약금이나 계약 해지 우려 등을 제외한 수치다. 더구나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 하락이란 보이지 않는 손실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힘들다. 더 나아가 K-바이오의 글로벌 위상 악화란 파급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파업을 협상의 무기로 삼은 노조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은 노조를 글로벌 성장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노조는 의약품 CDMO가 메모리반도체처럼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구축한 사업이 아니란 점을 인지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노조의 협상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K-바이오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선례로 남을 하나의 이정표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바이오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K-바이오가 이번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지켜보고 있다.

바이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금 많은 이익을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글로벌 CDMO 시장은 이미 심각한 레드오션"이라며 "론자와 후지필름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등의 경쟁 기업이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는 상황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승리의 파티를 벌일 때가 아니라 치열한 노력으로 경쟁력을 갈고닦아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지금은 노사가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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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산업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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