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우대" 약값 높인다던 소아약·퇴장방지약 기준 '비현실적' 비판

"무늬만 우대" 약값 높인다던 소아약·퇴장방지약 기준 '비현실적' 비판

박정렬 기자
2026.07.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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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복제약(제네릭) 가격 인하를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이하 약가 개편안) 시행이 예고된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우대 기준'이 제약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아용 의약품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분류해 현재 판매 중인 제품조차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처지다. 퇴장방지의약품은 100원 미만 제품이 수두룩하지만, 정부는 생산량·청구액 20% 기준을 고수해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복지부는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가 의결한 약가 개편안의 운용에 대한 세부 기준을 담은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 개정 고시(안)'를 행정예고하고 지난 13일까지 의견을 수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고시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수가 우대(가산) 기준이다. 약가 개편안은 복제약 가격을 원조약(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인하하는 게 골자인데, 복지부는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하지만 수급이 불안한 의약품을 우대해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세부적으로 퇴장방지의약품과 같이 채산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은 '생산 기업'에 신규 복제약 약가를 50%로 우대하고, 소아용 의약품이나 국산 원료를 쓴 의약품도 10년 이상 68% 수준의 높은 약가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제약바이오벤처 혁신성장 전주기 협업방안 발표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제약바이오벤처 혁신성장 전주기 협업방안 발표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업계에서는 '무늬만 가산'이라는 허탈감이 가득하다. 앞서 건정심에서는 '필수의약품 보상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던 복지부가 정작 고시에서는 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먼저 소아용 의약품이다. 복지부는 고시에서 "약제급여목록표에 GN(과립제), PD(산제), LQ(액제), SY(시럽제), SS(현탁제), EL(엘릭서제)로 등재된 품목으로서 WHO 소아용 필수의약품 목록에 내복제(Oral)로 등재된 소아용 의약품"을 우대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정부가 효능·효과를 따져 급여 등재한 의약품을 굳이 WHO 기준을 도입해 차별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현재 소아 치료에 쓰이는 108개 성분의 제품은 만들어도 제약사에 돌아가는 혜택이 없다. 알레르기 비염·간 질환·발육불량 등에 두루 사용되는 의약품이 WHO 목록에 없고, 녹여 먹는 구강붕해정이나 일반 알약(저작정)이라는 이유로 배제될 처지다.

퇴장방지의약품 가격별 품목 수/그래픽=윤선정
퇴장방지의약품 가격별 품목 수/그래픽=윤선정

원료 자급화(원료를 직접 생산하거나 국산 원료를 사용한 필수의약품) 역시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평가다. 정부가 원료와 완제 의약품을 동일 법인이 생산하는 경우만 약가 가산 대상으로 인정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완제 의약품을 만드는 곳과 원료를 만드는 곳이 본사·자회사(계열사)로 나눠진 게 일반적인데, 이런 기준이면 불과 10곳 안팎만 약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체 의약품 생산·공급 업체(648곳)의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퇴장방지약은 우대 기준이 △생산 품목 중 퇴장방지약이 20% 이상 또는 △청구 금액 중 퇴장방지약 비중이 20% 이상이다. 퇴장방지약은 제도 자체가 값이 너무 싸서 정부가 원가를 보전하는 필수의약품으로, 실제 4개 중 1개(5월 기준 630개 중 160개)가 상한금액 100원 미만이다. 꼭 필요한 퇴장방지약 한두 개를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가격이 낮아 총매출이 적으면 '정부 인정'을 받기 힘든 구조다.

복지부는 이번 고시와 관련해 "의견이 계속 들어오고 있고, 검토 중인 사항"이라고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 개편안 추진 과정에 복지부가 업계 의견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며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한 의약품 안정공급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실효성 있고 현실적으로 우대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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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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