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임원 연봉 공개 요구로 인한 외국인 임원들의 일본 탈출이 시작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WSJ는 17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라훌 굽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신세이은행 최고위 임원 4명이 다음주 회사를 떠난다면서 이들 4명이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임원 연봉 공개 강화의 첫번째 희생자라고 전했다.
굽타 CFO와 함께 다난자야 드비베디 최고정보책임자(CIO), 마이클 쿡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손상호 도매은행 부문 사장이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신세이은행은 라이벌인 아오조라은행으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압박까지 받고 있다. 현 시점에서 핵심 간부들이 대거 떠나는 것은 신세이은행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이중 굽타 CFO는 불과 보름 전 부사장급으로 승진했다.
이들의 사임이 확정되는 연례 주주총회는 오는 23일 열린다. 같은 날 신세이은행 임원들의 연봉도 공개된다.
◇ 연봉공개 최대 피해자는 외국인 임원
지난 3월 일본 금융청은 연봉 1억엔(약 13억3000만원) 이상 상장사 임원에 대한 연봉과 세부 내역을 이달 말까지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일본 상장사들은 이전까진 최고위 임원진 연봉의 총액만을 공개하면 됐었다. 이에 개별 임원의 연봉은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이번 조치의 최대 피해자는 외국인 임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 내 외국인 임원들은 내국인 임원에 비해 월등히 많은 연봉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 지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인 임원들은 미국이나 유럽 임원들에 비해 연봉 수준이 낮다. 이는 주주들의 요구에 따른 것. 반면 일본 회사에 근무하는 외국인 임원들은 이 같은 요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특히 신세이은행은 지난 1998년 정부 구제금융으로 가까스로 회생에 성공했고 이 때문에 신세이은행의 2대 주주는 일본 정부이다. 신세이은행의 최대 주주는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크리스토퍼 플라워스. 주주 구성만 보더라도 신세이은행은 다른 어떤 상장사에 비해 임원 연봉 공개와 관련, 민감한 위치에 놓여 있다.
지난달 중순 가메이 시즈카 전 금융상은 신세이은행 임원들의 고액 연봉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시하기까지 했다. 당시 가메이 전 금융상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회사에 대해 감시하고 지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자들의 PICK!
◇ WSJ "日기업 세계화에 부정적"
WSJ는 고액 연봉자 연봉 공개 조치로 인해 외국인 임원들의 일본 엑소더스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일본 기업들이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인재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굽타 CFO는 싱가포르인, 드비베디 CIO는 인도인이다. 쿡 CRO는 영국인이고 손 도매은행 책임자는 우리나라 사람이다. DBS은행과 도이치뱅크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는 굽타 CFO는 일본 은행 임원으로 발탁된 최초의 싱가포르인이기도 하다.
신세이은행은 지난 2년 동안 283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굽타 CFO가 주도한 부실자본 환매가 없었을 경우, 적자가 3780억엔까지 불어났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세이은행은 11억달러 규모의 신주 발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세이은행의 주가는 지난 4월15일 52주 고점을 찍은 후 34%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