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 아쉬워

올해 독일 통일과 한·러 수교가 함께 20주년을 맞았다. 통독은 지구 반대편 사건이지만 꽤 가깝게 느껴진다. 한반도 분단 현실 탓에 독일의 경험은 남 일 같지 않다.
반면 통일을 지향하던 ‘북방외교의 시작점’이던 한러 관계는 우리 자신의 일인데도 썩 실감이 나지 않는다. 비즈니스나 외교 현장이면 몰라도 보통 사람들에게 러시아는 여전히 낯설다.
서로를 잘 모르는 상황은 러시아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기자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 것은 지난 8월. 이 곳 중심가 넵스키 대로에 자리한 최대 서점 '돔끄니기'를 찾았지만 놀랍게도 한국 관련 서적은 거의 없었다.
지하 1층 세계·지역 코너에는 2권짜리 마오쩌둥 전기를 비롯, 중국 관련 서적이 적지 않았다. 그 옆엔 일본의 정치 역사 외교를 다룬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한국 관련도서는 없었다.
1층 사전 코너도 마찬가지. 한국어사전이 있었지만 수량과 종류는 부실했다. 직원에게 물어봐도 "여기(서가에) 있는 게 전부"라는 대답이다. 북한말(조선어) 사전인 '조로사전'이 한러사전보다 돋보였다.
두 나라 구석구석까지 우호적인 관계가 퍼지기에 20년은 부족한지 모른다. 하지만 삼성 LG 현대차 등 굴지의 한국기업이 러시아에 진출했고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1992년의 52배가 될 만큼 급증했다. 문화교류도 확대돼 많은 러시아 예술가들이 한국을 찾는다. 광화문 교보문고에는 러시아어 교재가 넘치고 러시아 문학은 필독서 대접을 받는다.
그런데 러시아의 문화중심 도시에 한국 소개서 하나 변변히 없다는 점은 적잖게 실망스럽다. 한러 교류가 한국의 짝사랑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과 이해를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외대는 7일 러시아 학자들을 초청, 양국관계 발전과제에 대해 러시아의 시각을 듣는 학술회의를 연다. 한양대에선 지난달 한·러 상호 인식과 이해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가졌다. 이런 노력들이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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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외교당국, 기업, 지자체들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한국 알리기 를 모색해야 한다. 한국 소개자료를 러시아 도서관에 보내거나 한국 문학의 번역출간을 지원하면 어떨까. 이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