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은 소송 대비한 보험, 특허 확보 군비경쟁식 양상…'거품' 지적도

'인터넷 공룡' 구글이 특허권 확보를 목적으로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키로 하면서 주로 애플이 선제적 공세를 가했던 모바일 시장의 특허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됐다.
허핑턴포스트는 15일(현지시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격렬한 특허전쟁이 총력전으로 확대된 상징적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이 애플에 전방위적 소송을 당하며 뭇매를 맞아오던 것을 지켜만 보던 구글이 특허전쟁에 본격 가세하면서 모바일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구글 본격 가세, 전면전 치닫는 모바일 특허전쟁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모토로라 인수는 구글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경쟁업체들의 반경쟁적 위협으로부터 안드로이드를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듯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최우선 목적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지적재산권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특허권 확보다.
애플은 최근삼성전자(179,000원 ▼10,600 -5.59%)와 HTC, 모토로라 등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에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걸며 맹공을 가하고 있다. 일부 성과도 거둬 유럽과 호주에선 법원의 삼성 갤럭시탭 판매 금지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HTC도 애플의 소송에 미국과 유럽에서 일부 제품의 판매 금지 위기에 처했다.
구글은 애플이 그동안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대리전을 벌였지만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마침내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보유 특허가 많지 않은 구글은 1만7000건에서 최대 2만5000건으로 평가되는 모토로라의 특허를 일거에 확보하면서 애플의 법률적 공세를 방어하는데 유력한 수단을 얻게 됐다.
또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특허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따라 어떤 손익을 얻게 될 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앞으로 모바일 시장에선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MS 윈도 등 각 운영체제(OS) 진영별로 특허전쟁의 전선이 형성될 수도 있다.
구글의 반격은 또다른 측면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IT 전문지 모바일리디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특허 담당 부사장직 신설을 추진하는 한편 특허권 인수 책임자를 고용했다. 물론 애플도 특허 관련 수석 변호사를 교체하는 등 법무팀을 강화해 구글과의 일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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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리디아는 애플과 구글이 각자의 모바일 운영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해서 법무인력 고용을 늘려 특허권 확보에 나선다면 극단의 특허전쟁으로 충돌하게 될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나든 거대 기술기업들의 싸움은 모바일 산업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허 확보 군비경쟁 확산…"거품 끼었다"
모바일 시장을 비롯해 IT분야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허전쟁은 여러 지표들을 통해 그 확대 양상이 확인된다. 미국의 특허법이 바뀌어 대량의 특허 등록이 허용된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특허권 소송은 3배나 늘었다. 또 올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약 3000건의 소송이 진행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미국에서 이뤄진 각 업체별 특허 소송은 MS가 134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애플이 133건으로 뒤를 이었고 삼성도 120건이나 소송을 치렀다. 이어 구글과 HTC가 각각 94건과 77건을,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각각 73건과 47건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이를 '군비 경쟁'에 비유한다. 기업들이 너나없이 특허권을 비축해 특허 소송에 대비한 '보험'으로 삼고, 경쟁업체들을 견제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확보한 특허기술 대부분이 원천기술과는 거리가 멀고 단지 소송에 대비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특허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있다.
특허 거품은 최근 파산한 캐나다 통신장비업체 노텔의 통신 관련 특허 6000여건을 두고 벌인 입찰 경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애플은 MS, 리서치인모션(RIM)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구글과의 입찰 경쟁에서 이겼다. 애플이 제시한 인수가는 무려 45억 달러로 특허 건당 약 75만 달러에 이른다. 댄 래비처 공공특허재단 이사장은 이에 대해 "주택시장 버블과 닷컴버블을 떠오르게 한다"며 "특허시장에는 버블이 끼어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베센 보스턴대 로스쿨 교수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사실 '미쳐가는 특허 소송'에 관한 것"이라며 "단지 군비 경쟁의 확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특허 전쟁이 계속되면 많은 기업들의 기술을 해외로 이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특허를 무기화하는 군비경쟁식 양상이 결국 업체들 간의 '평화'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즉 군비경쟁 상황에서 빚어진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 양측 간의 직접적인 충돌을 방지하듯 업계에서도 특허 공유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애플과 구글이 각자의 무기고에 많은 특허를 쌓아 두게 되면 서로 쉽게 공격하지 못해 결국 상호간 지적재산권 사용이 가능한 '크로스 라인센싱'을 맺는 등 '상생'을 모색하고 나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