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에 돋보이는 '폴란드'

유로존 위기에 돋보이는 '폴란드'

송선옥 기자
2011.12.15 11:42

성장률 비교적 높고 정치 안정적… 유럽 중심 수출·은행권 손바뀜은 변수

폴란드의 바르샤바 거리. 유명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건축물이 바르샤바 스카이라인을 다시 그리고 높은 경제 성장과 해외 투자 증가는 재정적자 위기와 경기침체 우려로 고통 받고 있는 다른 유럽 이웃국가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

하지만 아직까지 유로존 위기가 폴란드에 미치지 않았을 뿐 폴란드 재계와 정부는 유럽연합(EU) 국가들 중 2009년 유일하게 경기침체를 피했던 폴란드가 재정위기의 암운을 다시 피할 수 있을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의 루치나 스탠자크 이사는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는 여전히 (유럽 위기로부터) 떨어져 있는 섬"이라면서 "문제는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로 서유럽의 침체는 어떤 방법으로든 폴란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IPO 시장 활기·정치적 안정성=외견상 폴란드는 유럽 재정적자 위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폴란드 공산당 본부가 한때 있던 건물 주변에는 구찌 아울렛과 페라리 영업점이 자리잡고 폴란드의 부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페라리 쇼룸 근처에는 바르샤바 증권 거래소가 있는데 지난 9월까지 석달간 바르샤바 증권 거래소에서는 38개 신규기업이 상장했다. 이에 따라 폴란드 거래소는 중국에 이어 3분기 기업공개(IPO)가 가장 많은 거래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미국보다 많은 규모로 IPO를 통한 자본 조달규모는 20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보다 뒤지기는 했지만 영국 독일보다 많은 규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폴란드의 2012년 경제성장 전망치는 올해 4%이상 보다 축소돼 2.5%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는 침체로 나아가고 있는 서유럽에 비해서는 나은 수치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정치적 안정성도 폴란드가 다른 서유럽 국가와 차별되는 점이다. 폴란드 국민은 지난 10월 선거에서 도날드 투스크 정부를 재신임했는데 폴란드 정부가 재신임에 성공한 것은 철의 장막이 무너진 이후 처음이다.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에서 재정적자 위기로 정권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국경 넘는 위기=폴란드의 이같은 활기에도 불구하고 이미 위기는 폴란드를 엿보고 있다.

우선 독일 코메르츠방크,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스페인 산탄데르 등과 같은 서남부 유럽 대형 은행들이 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이들이 주주인 폴란드의 많은 은행들도 대거 손바뀜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들 외국계 대형은행은 폴란드 은행을 계속 자회사로 끌고 가겠다고 확인해 주고 있지만 정책 입안자로서는 외국 소유주들이 폴란드 지사의 돈을 본국으로 빼가거나 다소 사악한 매수자에게 은행을 넘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유럽 유명 은행들의 자본확충 요구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랜 적대감을 갖고 있는 러시아의 은행들까지 폴란드 은행의 매수자로서 떠오르고 있는 이 상황이 폴란드로선 마음이 편할리가 없다.

HSBC 폴란드 지사의 알랜 야르만 최고경영자(CEO)는 "매수자 명단이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길지는 않다"라면서 은행의 인수 열기가 예전같지 않음을 시사했다.

폴란드 증시의 주요 지수는 4월 이후 24%나 하락했으며 해외 투자자들은 반사적으로 폴란드를 헝가리나 루미니아와 같은 범주에 넣고 평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폴란드의 신용등급 강등은 없었지만 소기업 대출은 점차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바르샤바 컨설팅 회사인 에피콤의 안나 카타르지나 니에틱스자 대표는 "창업한지 10년 이상이 되고 공장이 있어야 소기업 대출이 가능하다"며 "담보물이나 매출 계약이 없다면 대출도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유럽 수출 비중 절반이상=유로존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 총리 출신인 야로슬라프 카친스키가 이끄는 법과 정의당 등이 유럽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지난 13일에는 카친스키 총재 주도로 3000명의 시위대가 참여한 유럽 통합 반대 시위가 발생했다.

중앙은행인 폴란드 국립은행의 안드르제예 라크츠코 부대표는 "공식적으로 우리는 유로존 회원국이 되기를 원한다"라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입시기가) 언제가 될 지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의 개혁 속도와 규모 뿐만 아니라 폴란드가 경제적 예산 기준을 얼마나 빨리 충족시키느냐에 폴란드의 유로존 가입 시기가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폴란드 정부 관계자들도 유로존 가입시기가 이르면 2015년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목표시기는 설정하지 않고 있다.

우선 경제학자들은 폴란드의 즐로티 가치가 유로대비 하락, 수출에 유리한 입장이 되면서 폴란드가 예산 균형을 맞추는데 이익을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르샤바 증권 거래소의 루드윅 소보르위스키 CEO는 "유로존에 가입할 의향이 있지만 유로존이 더 건전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이치"라고 강조했다.

폴란드가 경제적으로 서유럽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라는 점도 폴란드에 유로존 위기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는 이유다. 폴란드의 수출 절반 이상이 유럽향(向)이며 이중 25%이상이 독일로 간다. 유럽이 경제위기에 빠지면 폴란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오스트리아 은행인 라인페이슨 인터내셔널 폴란드 지사의 피오트르 츠르넥키 CEO는 "우리는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됐다"라며 "누가 폴란드 기업들의 지난 21년간 변화에 대해 묻는다면 매년 롤러코스터와 같았다는 답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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