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투자노트]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회사 소니는 지난주 전체 직원의 6%인 1만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2주일 전에는 인터넷기업 야후가 구조조정을 위해 2000명의 직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3주일 전에는 리서치 인 모션(RIM)이 자사의 대표적인 스마트폰인 블랙베리의 판매량이 올해말까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고백했다. 지난 1월에는 한 때 기술혁신의 상징이었던 이스트만 코닥이 파산보호(한국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들 4개 기업은 모두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적인 제품으로 이름을 날렸던 과거가 있었다. 소니는 가장 세련된 소비가전 브랜드였고 야후는 최고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였다. RIM의 블랙베리는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들의 필수품이었고 코닥은 수십년간 기술력으로 필름산업을 지배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기업들이 등장하면서 한 때 세상을 주름잡았던 이들 기업은 쇠락해갔다.
기술주는 대표적인 성장주로 잘만 투자하면 어지러울 정도의 고수익을 누릴 수 있다. 반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이들 4개 기업 같은 기술주를 골랐다면 수익률은 한없는 마이너스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된다.
어떻게 수많은 기술주들 사이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려낼 수 있을까.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하워드 골드는 '캐즘'이란 용어를 만들어낸 벤처캐피탈 투자자이자 기술기업 전문가인 조프리 A. 무어를 만나 힌트를 얻었다. 무어는 기술기업의 생명 사이클에 관해 고전으로 손꼽히는 '벤처마케팅(Crossing the Chasm)'이란 책으로 유명하다.
무어는 PC와 인터넷, 휴대폰, 스마트폰 등 파괴적 혁신제품을 가진 기술기업이 초기단계에서 초고속 성장을 누린다고 지적하며 이 기간을 '토네이도'라고 표현했다. 파괴적 혁신 기술이나 제품을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곳에서 출시하면 이 기술기업은 마치 '미친 듯이' 급성장한다. 과거의 마이크로소프트나 최근의 애플이 대표적이다.
무어는 이처럼 초고속성장하는 기업을 '고릴라'라고 표현하며 이런 고릴라가 점차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과거의 고릴라가 희생양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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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은 필름 사진에서 디지털 사진으로 사업구조를 옮기다 페이스북이란 고릴라를 만나 무릎을 꿇고 말았다. 무어는 "디지털 이미지는 페이스북의 핵심 전달 수단"이라며 "페이스북은 이미지가 있으면 사업구조가 더욱 매력적일 것이라고 판단했을 뿐인데 코닥에는 결정타가 됐다"고 지적했다.
야후는 한 때 인기 있는 검색 사이트였으나 클릭당 비용을 부과하는 구글의 새로운 검색광고 모델에 성장세가 역전 당하자 별다른 반격도 가하지 못한 채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소니는 워크맨 이후 음악기기 시장을 장악해왔지만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튠즈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블랙베리의 아성이었던 기업 스마트기기 시장을 잠식해 RIM의 기반을 무너뜨린 것은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이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뒤바뀌는 기술기업의 운명을 보면서 투자자들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첫째, 설사 밸류에이션이 비싸보여도 고릴라와 동행하라. 구글이 처음 상장했을 때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지만 그 뒤로도 구글의 주가는 6배 상승했다.
그렇다고 파괴적 혁신기업이라면 밸류에이션에 관계없이 무조건 투자하라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혁신제품의 생명 사이클이 상당히 많이 진행된데 비해 주가가 너무 높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무어는 "기술기업들의 현재 주가를 정당화하려면 향후 5~10년간 매출액과 이익이 얼마나 늘어야 하는지를 보라"며 "현재 주가가 적절하려면 현재 사업 외에 새로운 이익 엔진이 필요한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둘째, 지금 기술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 기술주를 무너뜨릴만한 파괴적 혁신 기술이 나타나는지 조심스럽게 주시해야 한다. 또 보유하고 있는 기술주가 파괴적 혁신 기술을 방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신호가 나타나면 즉각 매도해야 한다. 무어는 기존 기술기업이 새로운 혁신 기업을 이긴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셋째, 기술주는 가치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기술주는 저평가된 종목을 좋아하는 가치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 경영난에 빠진 기술기업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는 경우도 드물다.
넷째, 파괴적 혁신 기업을 찾기 어렵다면 배당금을 지급하는 성숙한 기술주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정적인 배당주를 선호하는 펀드들은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추천한다. 더 이상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하지만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추고 있어 상당한 수준의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배당금도 지급하지 않는 기술기업이라면 최악의 투자 대상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