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닛케이주가 지수를 연초 대비 30% 가까이 끌어올렸던 아베 신조 총리의 부양책 '아베노믹스'가 일본의 대기업들에 자국 내 설비 투자를 늘려도 좋다는 확신을 아직은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아베 정권 하에서 나온 첫 분기별 통계가 되는 지난 1분기 법인기업 통계에 따르면 전체 설비 투자액(소프트웨어 제외)은 전년 동기 대비 5.2% 하락했다. 자본금 10억엔 이상 대기업의 경우, 4.9% 감소해 2011년 1분기 이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일본 기업들이 설비 투자에 주저하는 것은 일본은행(BOJ)의 전례없는 질적 및 양적 금융완화에 따른 엔저로 토요타와 혼다, 소니 등 수출기업의 수익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는 엔저와 증시 랠리 등 일련의 경제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 기업들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통화 평가절하로만은 10년 이상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일본 경제를 회생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오히려 기업들은 금융 및 재정 측면의 부양보다 실효성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까지 일본 기업이 놓여 있던 상황을 고려하면 잘 알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은 오랫동안 '8중고'에 시달려왔다. 엔고를 비롯해 높은 법인세율, 지지부진한 자유무역협정(FTA), 전력난, 탄소배출량 규제, 노동규제 완화 논의 연기 등 여러 요인들이 투자 활동을 저하시키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켰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가장 큰 부담이었던 엔고 추세가 바뀌었다고 해도 다른 것들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베 총리도 이런 점을 감안해 규제 개혁 방안 등을 담은 '성장전략'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효과에선 의문부호가 따른다. 최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에서 구조개혁에 대한 압박이 느슨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엔저로 인해 경쟁력이 제고됐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저성장 대응책으로 통화 평가절하가 혁신을 대체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40%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정부부채 비중은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국채 시장이 조금만 불안해도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베노믹스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