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빅브라더'는 누가 감시해야 할까

[기자수첩]'빅브라더'는 누가 감시해야 할까

김신회 기자
2013.06.17 13:34

전 세계가 '빅데이터'(Big data) 때문에 난리다.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엄청난 양의 자료를 뜻한다. 날로 발전하는 정보기술이 쏟아내는 자료가 워낙 방대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를 한 데 모아 관리하고 분석하면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일례로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에서 감기 관련 단어의 검색 빈도가 늘어나면 여지없이 독감이 유행한다는 통계가 있다. 구글이 '닥터 구글'로 불리는 이유다.

빅데이터의 영향력이 이렇게 막강하다 보니 이걸 손에 넣으려는 경쟁도 치열해졌다. 남보다 먼저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는 게 곧 돈이 되는 시대다. 기업들은 맞춤형 마케팅 수단으로, 정치인들은 선거 전략을 짜는 데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과도한 경쟁은 때론 불법과 탈법을 부추기기도 한다. 개인정보를 훔쳐 사고파는 게 대표적이다.

더 큰 문제는 빅데이터가 사회통제 수단이 되는 경우다.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미국 정부가 10억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최근 미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에 걸쳐 개인 이메일과 사진, 영상, 통화기록,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을 수집했다고 폭로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사생활 침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100%의 안보와 사생활, 0%의 불편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며 "우리는 한 사회로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시민사회에서는 권력이 빅데이터에 갈증을 느끼는 것 자체가 독재로 가는 첫 발을 내디딘 것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최근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1984' 매출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오웰은 1949년 낸 이 책에서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의 독재자 '빅브라더'를 통해 감시체제 아래 정보가 독점된 암울한 미래상을 제시했다.

이쯤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선택이라니, 권력기관이 한 번이라도 우리에게 통화를 엿듣고, 이메일을 훔쳐봐도 괜찮은지 물어본 적이 있었느냐고. 빅브라더가 무서운 것은 감시자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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