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중 경쟁이 2라운드에 진입했다. 바이든 시대 미중 경쟁은 어떻게 전개될까.
지난 19일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 외교 투톱인 양제츠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한테 말폭탄을 퍼붓는 걸 보면서 필자는 중국의 완승이라고 생각했다.
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알래스카까지 불러놓고 신장, 홍콩, 대만 등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지역은 다 건드려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단순하게 막 취임한 새내기 미국 국무장관이 몇 십 년 내공을 단련한 중국 직업 외교관에게 한 방 먹었다고 여겼다.
그런데, 최근 신장 위구르족 강제노역 논란으로 H&M,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이 신장산 면화 보이콧을 선언하자 이들 기업에 대한 중국 내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신장문제가 일파만파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때 필자가 틀렸다는 걸 알았다.
“미국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전국(戰國)시대 말기 인물인 소진과 장의는 모두 귀곡선생의 제자다. 합종(合從)책은 당시 최강국으로 성장한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연·제·초·한·위·조의 6개국이 연합하려는 외교·군사전략이다.
기원전 4세기, 소진은 우선 연나라를 설득시킨 후 다른 5국에게 진나라 밑에서 “소꼬리가 되기보다 차리라 닭의 머리가 되자”고 설득했고 결국 6국을 종적으로 연합(합종)해 서쪽의 강대국인 진나라에 대항하는 군사동맹을 맺게 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합종책은 6국의 이해관계가 모두 달랐기 대문에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위나라 장의는 합종책은 허울뿐인 거짓말이며 강대국인 진나라와 화친을 도모해야 한다고 6국을 설득한다. 결국 6국이 각각 진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연횡(連橫)책이 완성된다. 이후 진나라는 6국을 하나씩 멸망시킨 후 천하를 통일한다.
전국시대의 합종연횡에서 보는 것처럼 패권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동맹이다. 트럼프의 미중 무역전쟁은 예상치 못한 ‘선빵’을 날리면서 초기에 기세를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국을 포위하는 동맹을 구축해서 중국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는 데는 실패했다.
최근 화상회의를 통해 만난 한 중국 경제학자는 트럼프 스타일을 ‘난타전’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무섭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응가능한 위협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바이든의 동맹외교는 단기적으로는 덜 위협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무서운 전략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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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전략은 동맹을 이용한 대중 포위전략이 핵심이다.
이미 미국은 유럽연합(EU), 캐나다, 영국,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포위망을 짜고 있다. 이 동맹들을 하나로 묶는 축이 있어야 하는데, 바로 그게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다.
미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와 홍콩, 대만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중국과 EU, 캐나다, 영국, 한국, 일본 등 동맹국 사이에 선을 긋기 위해서다. 신장산 면화 보이콧을 계기로 발생한 H&M, 나이키에 대한 중국의 불매운동은 미국을 도와주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알래스카 회담이 끝난 지 불과 10여일 만에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에 인권을 놓겠다고 밝혔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들에 대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는 비난도 빼놓지 않았다.
미국이 신장 집단학살이라는 반인류적인 인권문제를 아젠다로 설정하는 데 성공하면 여기에 반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처럼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기반한 가치동맹을 형성해, 떠오르는 강대국인 중국을 막으려는 전략이 미국의 합종책이다.
동맹에 대항할 수 있는 건 동맹밖에 없다. 중국 또한 미국의 가치동맹에 대항하기 위한 동맹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추구하는 건 경제적 이익이라는 실리에 기반한 동맹구축이다.
즉, 미국의 ‘가치동맹’에 맞서는 중국의 카드는 ‘실리동맹’이다.
특히 중국 경제력이 가장 강하게 투사되는 주변국들과 경제적 이익에 기반한 동맹을 형성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우선, 중국은 가까운 곳과 화친을 꾀하고 먼 곳에 있는 적을 공격하는 근교원공(近交遠攻) 전략을 펼쳐야 한다.
중국 노력의 결실 중 하나가 바로 지난해말 체결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포함된 RCEP을 통해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아시아 지역뿐 아니다. 지난해말 중국은 유럽연합(EU)와 중-EU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2022년 완료를 목표로 비준이 진행 중이고 중국은 EU와의 자유무역협정 추진도 고려 대상에 두는 분위기다.
또한 중국은 일본, 캐나다, 호주 등 11개국이 비준해서 2018년말 출범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참여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CPTPP는 그간 중국이 맺어온 FTA보다 지식재산권, 노동 및 환경, 국유기업 분야에서 개방요구 수준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중국이 실제 가입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의 간보기용 멘트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합종책이 상당히 효과를 발휘하는 듯하다. 지난 22일 미국과 EU, 영국, 캐나다가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대중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EU 제재조치를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되돌아온 건 중-EU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중-EU 투자협정까지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이 시도하는 ‘가치동맹’이 중국의 ‘실리동맹’ 구축시도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가치동맹’에도 속해 있고 중국의 인접국으로서 ‘실리동맹’의 일환인 RCEP에도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우리 수출의 26%가 중국으로 수출됐으며 대중 무역흑자(237억 달러)가 전체 무역흑자의 53%에 달할 정도로 대중 관계는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보다 더 중요한 우리의 동맹국이다. 북한 문제뿐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로부터 소외되지 말아야 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향후 상당 기간 지속될 미중 경쟁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전개하는 장기 전략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