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00년의 적, 中은 1000년 숙적"…북한과 중국의 동상이몽

"日 100년의 적, 中은 1000년 숙적"…북한과 중국의 동상이몽

송지유 기자
2021.12.14 06:08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 북한의 현주소…
"미국보다 중국의 경제적 침투 더 큰 위협"

(서울=뉴스1) =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12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 김 위원장이 2018년 3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의 환영을 받으며 걸어가는 사진이 실려있다. 왼쪽부터 리설주 여사, 김 위원장, 시 주석, 펑리위안 여사.(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2021.5.12/뉴스1
(서울=뉴스1) =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12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 김 위원장이 2018년 3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의 환영을 받으며 걸어가는 사진이 실려있다. 왼쪽부터 리설주 여사, 김 위원장, 시 주석, 펑리위안 여사.(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2021.5.12/뉴스1

북한이 미국보다 중국을 더 경계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의외로 중국의 경제적 침투를 더 큰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발전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주한 미군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집권 10년을 맞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당국은 중국을 장기간 정권 유지에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에 의존하는 것을 불편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과 중국이 이데올로기로 유대를 맺고 있다는 일반화는 근거가 전혀 없다"며 "북한의 방첩 관계자들은 중국을 북한 내부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큰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은 한국전쟁 당시부터 중국의 침투를 두려워 했으며, 이 때문에 전쟁 직후 중국과 밀접한 인물들을 모두 숙청했다고 FT는 전했다. 1950년대 북한에 주둔했던 중국군이 모두 철수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북한 창시자인 김일성 국방위원장 당시 70페이지 분량으로 6.25전쟁을 공식 기록했는데 중국의 개입 관련 내용을 3페이지에서만 언급한 것도 경계의 증거라는 설명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소인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담당 연구원은 북한에 '일본은 100년의 적, 중국은 1000년의 적'이라는 말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일본보다 중국을 더 오랜 숙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국가가 중국이라고 알고 있는 세계인들의 인식을 뒤집는 것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삼지연시를 현지지도하면서 제시한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216사단 지휘성원과 돌격대원의 궐기모임이 24일 현지에서 진행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5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삼지연시를 현지지도하면서 제시한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216사단 지휘성원과 돌격대원의 궐기모임이 24일 현지에서 진행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5일 보도했다.
"경제개방은 중국에 열쇠 넘기는 것"…중국과 거리두는 북한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지난 5일 개막한 노동당 제8차 대회 4일 차 일정을 소화했다. 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이뤄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대남, 대미 메시지를 표출하며 앞으로 추진할 대외 전략의 구상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지난 5일 개막한 노동당 제8차 대회 4일 차 일정을 소화했다. 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이뤄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대남, 대미 메시지를 표출하며 앞으로 추진할 대외 전략의 구상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북한이 믿고 의지했던 중국에게 가장 큰 배신감을 느낀 사건은 1992년 한중 수교다. 미국이 북한 정부를 인정하지 않은 가운데 중국이 한국과 전격 수교를 하면서 북한 당국의 심기가 상당히 불편했다는 분석이다.

존 델루리 연세대 중국학과 교수는 "당시 북한에선 중국이 순식간에 평양을 버렸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그 이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비롯해 국경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반감을 표현해 왔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중국의 합작법인이 파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2년 북한 관리들은 중국 시양그룹이 건설한 철광시설을 수용하고 이 회사의 중국인 노동자들을 모두 추방했다.

중국은 북한을 탈출한 고위 관리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등 친중 정권 설립 시나리오를 준비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차단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는데 그가 중국 관리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것도 한 이유였다. 2017년에는 중국의 보호 아래 살아왔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하기도 했다.

북한은 중국에 경제를 개방하는 것도 극도로 꺼리고 있다. 델루리 교수는 "북한에 중국 경제를 개방한다는 것은 왕국의 열쇠를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북한은 현재 미국과의 전쟁보다 중국이 개입해 체제 전복이나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평양에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을 할 때 중국이 아닌 이집트 기업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중 갈등은 김정은 위원장 장기집권에 도움"
(서울=뉴스1) =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12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이 실려있다.(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2021.5.12/뉴스1
(서울=뉴스1) =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12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이 실려있다.(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2021.5.12/뉴스1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 협의를 한 배경에도 중국이 있다. 지난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으로 유엔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자 북한이 탈출구 모색 차원에서 미국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북한의 발전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미군이 주둔한 한국과의 사이에서 완충지대로 영원히 남아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북한도 중국을 신뢰하지 않으며 미·중 갈등을 정권 생존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스팀슨센터의 윤선 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당시 북한과 중국의 결별로 해석되기도 했다"며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미·중 갈등은 김정은 정권 존속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중국은 북한을 내려 놓지 않는 대신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 조치만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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