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진 중동…美-이란 대리전으로 이어질까

불안해진 중동…美-이란 대리전으로 이어질까

정혜인 기자
2023.10.09 16:32

[이·팔 전쟁]

반(反)이스라엘 조직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선제공격에 이스라엘이 전쟁 공식 선포로 대응하면서 중동 지역의 안보 위협이 한층 거세졌다. 이번 사태가 1973년 '욤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 만의 제5차 중동전쟁으로 이어지고, 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확대해 세계 안보와 경제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아랍 연합군의 동참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등 이번 사태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수준으로 마무리될 거란 관측도 있다.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지 지구에 있는 고층 타워가 불길과 검은 연기에 덮인 모습이 보인다. /로이터=뉴스1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지 지구에 있는 고층 타워가 불길과 검은 연기에 덮인 모습이 보인다. /로이터=뉴스1

9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CNN·AFP·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부 일부 지역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멈추지 않으며 양측의 총사망자 수가 1100명을 넘어섰다.

지난 7일 오전 6시30분 수천 발의 로켓을 쏘며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는 현재 이스라엘 남부 지역과 가자지구 등에서 이스라엘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는 700명이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이스라엘 고위 군 간부 등 100명 이상이 인질로 붙잡혔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 브라질 등 이스라엘 이외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사망자와 인질 명단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무장세력인 이슬라믹 지하드는 30명을 인질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AP에 따르면 하마스의 공격으로 미국인 최고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됐다. 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 네팔인 등도 희생자 명단에 포함됐다. 네팔인은 최소 10명이, 우크라이나인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멕시코 외무장관은 8일 멕시코인 2명(여성 1명, 남성 1명)이 하마스의 인질로 붙잡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고, 브라질 당국은 자국민 최소 3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태국 외무부도 9일 이스라엘 내전으로 태국 시민 12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납치됐다고 밝혔다. 외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에는 약 3만명의 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8일 하마스와 전쟁을 선포한 이후 가자지구의 전력을 차단하는 등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해당 지역의 팔레스타인인 436명(어린이 81명, 여성 61명 포함)이 사망했고, 부상자만 2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수많은 부상자와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에 따르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으로 가자지구 난민 수는 12만3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가자지구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으로 하마스의 군사능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가자지구가 치르게 될 대가는 여러 세대에 걸쳐 현실을 바꿀 매우 무거운 대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군은 현재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위해 10만명의 병력을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9일 이스라엘 군에 따르면 침입한 하마스 대원 소탕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군은 (하마스) 무장세력이 점령한 마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IDF 측이 가자지구에 대해 "곧 가혹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이 계획대로 달성되지 않은는 셈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선제공격한 하마스를 연이어 비판하며 이스라엘과 연대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연이어 통화하며 지원 의사를 밝혔고, 미 국방부는 해군 항모전단과 전투기를 이스라엘 인근으로 보냈다. 프랑스 외무부는 하마스의 공격을 "이스라엘과 그 국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라고 비난하며 이스라엘과의 완전한 연대 의사를 밝혔다. 체코, 영국 등도 하마스 공격을 '테러'라고 규정했다.

하마스 선제공격, 5차 중동전쟁으로 이어지나

외신은 하마스의 이번 선제공격을 "이스라엘과 분쟁을 시작한 이래 가장 야심찬 공격"이라고 평가하며 아랍 연합군이 동참할 시 50년 만에 중동전쟁이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레바논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는 8일 레바논과 시리아와 접경한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 농장'에 로켓과 박격포 공격을 감행하며 하마스 공격에 동참했다.

하지만 현재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전투는 중단됐고, 헤즈볼라 이외 다른 무장 단체의 공격 동참 소식은 없는 상태다. 또 이스라엘과 대립하며 중동전쟁을 촉발했던 이집트도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휴전을 촉구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집트 외무부는 성명에서 하마스·이스라엘 교전 확대로 인한 "심각한 결과"에 대해 경고하며 "최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민간인을 더 이상 위험에 노출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란이 이번 공격에 개입했다는 헤즈볼라 관계자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이번 사태가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미국은 아직 이란의 개입설에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하마스와 이란 간 오랜 협력 관계를 언급하면서도 "이란이 이 특정 공격을 지시했거나 배후에 있었다는 증거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란은 개입설을 즉각 부인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하마스)이 취한 단호한 조치는 70년간의 억압적인 점령과 불법 시오니스트 정권이 저지른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전적으로 합법적인 방어"라면서도 이란이 해당 조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혁명수비대와 하마스 관계자가 지난 8월부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여러 차례 만나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세웠고, 지난 2일 이스라엘 공격을 정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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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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