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과잉 생산은 구조적 문제… 체제 교정하는 개혁 필요"

"中 과잉 생산은 구조적 문제… 체제 교정하는 개혁 필요"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5.10.26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리지 C. 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연구원, 포린 어페어스 기고 '중국 모델의 치명적인 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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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오시안=신화/뉴시스] 중국의 '광군제'인 11일(현지시각) 중국 후난성 다오시안에 있는 한 물류 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광군제'는 11월 11일 열리는 대규모 쇼핑 행사로 '독신'(싱글)을 상징하는 숫자 '1'이 네 번 반복되는 11월11일에서 유래했다.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싱글'을 기념하는 날로 시작됐으나 상업적인 행사로 변모해 지금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24.11.12. /사진=민경찬
[다오시안=신화/뉴시스] 중국의 '광군제'인 11일(현지시각) 중국 후난성 다오시안에 있는 한 물류 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광군제'는 11월 11일 열리는 대규모 쇼핑 행사로 '독신'(싱글)을 상징하는 숫자 '1'이 네 번 반복되는 11월11일에서 유래했다.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싱글'을 기념하는 날로 시작됐으나 상업적인 행사로 변모해 지금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24.11.12. /사진=민경찬

중국의 과잉 생산은 단순한 산업 정책 실패가 아니라 공산당의 행정·재정·금융 시스템이 만들어 낸 구조적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리지 C. 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연구원은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중국 모델의 치명적인 결함(The China Model's Fatal Flaw)'을 통해 "중국의 공급 과잉 문제는 지방정부의 인센티브 구조, 세제 설계, 편향된 금융 시스템, 기업의 행동 논리가 맞물려 발생한 결과"라며 "근본적인 제도 개혁 없이 단순한 경기 조정만으로는 새로운 성장 단계로 도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리 연구원은 중국 과잉 생산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공산당의 성과 및 승진 시스템을 지목했다. 중국은 생산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생산 기반 확충과 공장 유치에 몰두하게 된다. 중앙정부가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전기차와 태양광 배터리 분야를 지정하자 지방정부들은 서로 유사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매칭 펀드, 토지, 공공서비스 등을 집중 투자하면서 생산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에 빠지자 생산 확대가 재정난을 타개할 유일한 수단이 됐다는 설명이다.

리 연구원은 리스크가 작은 프로젝트에만 자금이 쏠리는 금융 시스템의 왜곡을 과잉 공급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규제 당국이 투자를 엄격히 관리하는 환경에서 국영은행들은 정부 지원이 확실한 프로젝트를 선호하고 고위험·장기 회수형 혁신 분야에는 소극적이다. 그 결과 자본은 낮은 수익률의 공장이나 생산라인, 인프라에 집중됐다.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수익률이 하락해도 기업들은 가격을 낮추고 수출을 확대하며 버텼고 이는 수익률 악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결국 이들은 이자만 갚는 이른바 '좀비 기업'으로 전락했고 국영은행들은 대규모 실업을 막기 위해 자금을 계속 공급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의 높은 세금 부담 구조도 과잉 생산 기업을 유지하는 데 일조한다고 분석했다. 2019년 기준 중국 중견기업의 총 세금 및 각종 기여금은 이익의 59.2%에 달했으며 이는 미국(36.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기업들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혁신보다는 모방을 선호하고 공급업체와의 협상력, 은행 대출의 용이성, 지방정부의 인정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화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가격 인하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실제로 2022년 95개 승용차 모델이 가격을 인하했고 2024년에는 그 수가 227개로 급증했다. 부가가치세, 급여, 사회보장 기여금 등에서 비중이 크다는 이유로 지방정부들이 수익성이 낮아 퇴출해야 할 기업을 오히려 지원하면서 과잉 공급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리 연구원은 분석했다.

리 연구원은 과잉 생산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혁 노력의 미흡함도 지적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기업의 가격 인하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원가 이하 판매 금지, 불공정 할인 금지 조항을 도입하고 대기업의 중소 공급업체에 대한 신속한 대금 지급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지방 간부의 평가와 승진이 여전히 생산 및 건설 규모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질보다 양'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리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공무원 평가 지표가 신규 공장 수나 투자 규모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률과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한 구조적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리 연구원은 제언했다. 대형 은행의 기술 기업에 대한 장기 대출 포트폴리오 배정, 주식·채권 등 공개 시장의 승인 절차 완화, 엄격한 회계 규칙과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기업의 자금 조달 중 공개 시장의 비중은 31%에 불과해 미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불어 전환사채, 벤처 대출, 성과 연동형 대출 등 다양한 금융 수단 도입과 GDP의 43%에 달하는 저축을 기반으로 한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잉 생산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독창성을 보장하는 경쟁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공정거래법이 혁신 기업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모방을 통한 과잉 생산 기업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국제 지식재산권 지수에서 중국은 55개국 중 24위에 그쳤으며 이는 중국의 지식재산 보호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여전히 미흡함을 보여준다.

리 연구원은 "중국의 지방정부, 은행, 기업은 각자의 자리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지만 그 합리성의 총합은 과잉 생산과 비효율이라는 역설을 낳고 있다"며 "성장을 위한 생산 시대를 마감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체제를 근본적으로 교정하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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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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