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총리, '강한 일본' 추진…"안보협력 강화 계기 삼아야"

다카이치 총리, '강한 일본' 추진…"안보협력 강화 계기 삼아야"

최성근 전문위원, 김상희 기자
2025.11.02 06:00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강한 일본' 재건 추진…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도쿄 AFP=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4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취임 후 첫 소신표명연설을 했다. 2025.10.24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도쿄 AFP=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도쿄 AFP=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4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취임 후 첫 소신표명연설을 했다. 2025.10.24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도쿄 AFP=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내건 어젠다 '강한 일본' 만들기에 관심이 쏠린다. '자강(自强)'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강력한 안보정책 추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다카이치 총리가 추진하는 강한 일본 재건 전략의 핵심 내용과 한국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방위비 증액·평화헌법 개정 추진… 해결과제도 산적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4일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주체적으로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위비 증액을 골자로 한 3대 안보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의 조기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문서는 일본 안보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지침으로 2022년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선제공격이 가능한 '반격 능력' 보유를 명문화하며 개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가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과 새 연정 파트너 일본유신회와의 합의를 명분으로 군사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2027년까지 GDP 대비 2% 수준으로 증액이라는 기존 목표를 수정해 올해 안에 이를 조기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다카이치 정부에서 일본의 방위비가 2% 수준을 넘어 트럼프 정부가 요구하는 3.5% 수준까지 빠르게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방위 장비 수출 시 비전투용으로 제한하던 규정 철폐 △VLS(수직발사장치) 탑재 핵추진 잠수함 보유 △반격 능력 갖춘 장사정 미사일 정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전쟁 가능한 군대' 창설에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민당은 그동안 일본의 방어에만 국한된 '전수방위' 원칙을 명시한 헌법 9조 개정을 오랜 숙원으로 삼아왔다. 이전 연정 파트너였던 공명당은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했지만 새 파트너인 유신회는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개정 작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평화헌법이 개정되면 자위대는 해외 파병은 물론 타국과의 전쟁이 가능한 정규군으로서 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

이기태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어받아 평화헌법 개정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이념적으로 궤를 같이하는 유신회와 연립을 구성한 만큼 반대 가능성은 낮아졌고 국회 내 헌법 개정 준비와 함께 엄중한 국제정세를 명분으로 대국민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짚었다.

(가나가와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미 해군 기지를 방문해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함상에서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설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미 항모를 함께 시찰했다. 2025.10.2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가나가와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가나가와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미 해군 기지를 방문해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함상에서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설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미 항모를 함께 시찰했다. 2025.10.28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가나가와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다만 이러한 정책들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방위비 증액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원 마련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늘어난 방위비 조달을 위해 법인세와 담뱃세 인상을 결정했으나 소득세 증세 시점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게다가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과정에서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감세와 투자 확대를 병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위비 증세를 추진할 경우 국민 여론과 정치권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또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 과반 찬성이 모두 필요하다. 현재 자민당과 유신회의 연합은 의회 내 3분의 2에 미달하고, 개헌 찬성 여론도 40%대에 머물고 있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평화헌법 개정은 주변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어 외교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평화헌법을 실제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와 국민투표라는 이중의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다만 정부가 개헌 추진 전담조직(TF)이나 간담회 등을 통해 장기적 차원에서 개정 여론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일 동맹 보완하고 대중 견제 강화 위한 '준동맹' 전략

다카이치 정부가 구상하는 강한 일본 전략의 또 다른 축은 '준동맹(Quasi-Alliance)' 강화가 꼽힌다. 준동맹이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동맹조약은 아니지만 군사훈련·정보공유·방산 협력 등에서 동맹에 준하는 협력 관계를 의미한다. 이는 공식 동맹에 비해 법적·정치적 제약을 회피하면서도 전략적 목표를 유연하게 달성하고 상호 운용성과 신뢰 구축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미일동맹을 유지해 온 일본이 준동맹 전략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자국 중심 안보 전략과 역내 안보 불확실성 확대가 있다.

최 연구위원은 "일본이 준동맹 전략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이 언제까지 일본을 지켜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안보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미일동맹이 여전히 핵심이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층적 안보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다카이치 정부는 준동맹 네트워크 강화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지역 리더십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일본은 이미 영국, 호주, 필리핀 등 안보 이해를 공유하는 우방국들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상호접근협정(RAA),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등을 체결하며 준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일본·호주·필리핀 4개국이 비공식 안보협의체 '스쿼드(SQUAD)'를 구성해 연합 훈련은 물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전쟁구역)'로 묶어 공동 대응하는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미일 동맹을 중심축으로 이를 보완하는 형태의 준동맹 전략이 다카이치 정부에서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필리핀과의 안보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미∙일∙필 혹은 미∙일∙필∙호 형태의 '격자형(lattice-like) 소다자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니와 AFP=뉴스1) 강민경 기자 = 2017년 9월 8일 홋카이도 기지에 있는 일본 육상 자위대 제1포병여단의 트럭 장착형 대함 미사일 시스템(SSM-1). 2017.9.8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에니와 AFP=뉴스1) 강민경 기자
(에니와 AFP=뉴스1) 강민경 기자 = 2017년 9월 8일 홋카이도 기지에 있는 일본 육상 자위대 제1포병여단의 트럭 장착형 대함 미사일 시스템(SSM-1). 2017.9.8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에니와 AFP=뉴스1) 강민경 기자
日 군사력 강화, 부정적일 필요 없어… 실현 가능한 안보협력 모색해야

강한 일본 추진은 한국 입장에서 안보상 우려가 커지는 민감한 사안이다. 전쟁 가능한 군대를 보유하고 군비를 확장하는 등의 움직임은 과거 식민 지배와 전쟁이라는 역사적 트라우마와 맞물려 반일 감정을 자극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가 한반도를 겨냥한 조치라기보다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한 역내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일본의 안보정책이 중국 견제와 대만 유사 사태 대비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한반도에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가하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카이치 정부의 방위력 증강이나 평화헌법 개정 등의 시도를 역사적 프레임에 갇혀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장혜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북한 억지가 최우선 과제인 반면 일본은 대만해협과 동중국해를 중심으로 한 중국 견제가 핵심 목표"라며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일본 자국 방위와 역내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추진된다면 한국의 안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정부의 안보 강화 기조를 한일 간 안보협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양국 간 역사적 갈등, 국내 정치적 제약, 그리고 안보 문제의 민감성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거창한 성과를 내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현실적 협력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실질적인 협력 가능 분야로는 기시다 내각 시절 합의된 '국제 분쟁 지역 내 자국민 구출 협력'과 평화유지활동(PKO) 분야가 꼽힌다. 이들 영역은 지리적·역사적 민감성을 피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협력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합의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외교장관과 국방장관 간 '2+2 회담'의 정례화 역시 현실적으로 가능한 협력 방안으로 평가된다.

장 선임연구원은 "양국 모두 정권 교체기의 정책 변화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협력 틀이 흔들리지 않도록 불안정성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계의 후퇴를 막고 이전 정부에서 합의된 사안을 실천적으로 이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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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혁신전략팀 김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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